[단독]홍대 술집 '김약국'이 '김약쿡' 된 까닭
벽은 흰색, 천장도 흰색이다. 카운터 유리창엔 약국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주인은 약사용 가운을, 손님은 환자용 가운을 걸쳤다. 돈을 건네자 종업원은 형형색색의 액체를 섞어 손님에게 건넸다. 약처럼 보이지만 술이다. 26일 기자가 들른 이곳은 홍대 인근에 있는 약국 콘셉트의 이색 술집인 '약국라운지 클럽'이다. 소위 '약국주점'들은 몇 년 전부터 홍대와 건대 인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약국주점들이 올해 초 고민에 빠졌다.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약국과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약국라운지 클럽'은 최근 구청으로부터 3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홍대에 있는 '김약국' 주점의 경우 미봉책으로 상호를 '김약쿡'으로 바꾸고 영업 중이다.
대한약사회 측은 "약국주점은 외형 때문에 소비자를 혼란시킬 여지가 있고, 약국들 이미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일부 인터넷 쇼핑몰들이 약국과 유사한 상호를 내걸고 건강보조식품을 약처럼 파는 경우가 많아 명칭 사용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약국주점들은 규제의 도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김약국' 측은 "술집 위치와 실제 분위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약국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없고, 이미지 훼손도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국라운지 클럽'은 "혼란의 여지가 없다면 예외로 하는 등 부칙이 필요한데 그런 장치가 전혀 없다"며 "조만간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학생 원모씨(19)는 "약국 콘셉트는 이곳만의 방법이고 놀이인데, 법으로 제한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함모씨(20)는 "술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약사나 환자복을 입고 놀이처럼 생각한다면, 약사들은 기분 나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김상범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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