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당구 천재' 김경률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2015. 2. 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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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살 정황 없어..단순 실족사 가능성도 배제 못해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한국 당구의 개척자 김경률(35)이 아쉽게 생을 마감했다.

경기도 고양경찰서는 23일 "지난 22일 오후 3시15분께 고양시 행신동의 한 아파트 인도에서 김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타살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목격자와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김경률이 아파트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 20층은 김씨의 부모가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률이 명절을 맞아 가족과 함께 찾은 가운데 사고 당시 부모는 잠을 자고 있었고 가족은 자택으로 돌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경찰서 측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유족도 부검을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타살이 아닌 쪽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유서가 없고 정황상 단순 실족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구계는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국 당구계의 선구자였기 때문이다.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는 "오늘 오전 소식을 들었고, 깜짝 놀랐다"면서 "한국 당구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3쿠션 세계 랭킹 8위인 김경률은 16살, 다소 늦은 나이에 큐대를 잡아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도 지냈다.

특히 지난 2010년 한국 선수로는 18년 만에 월드컵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당시 김경률은 터키 대회에서 세계 2위 딕 야스퍼스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1992년 고(故)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 이후 18년 만의 월드컵 정상이었다. 천재로 불린 이 전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며 강호들과 겨룬 반면 김경률은 순수하게 국내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던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한국 당구의 중흥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이후 김경률은 2011년 당시 한국 선수 역대 최고인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다. 이후 한국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최성원의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조재호의 월드컵 정상 등 낭보가 이어졌다.

김경률의 비보가 더 안타까운 것은 생일을 하루 앞둔 날 벌어진 사고라는 점이다. 23일이 김경률의 35번째 생일이었다. 여기에 김경률은 지난 2012년 결혼해 딸까지 둔 가장이었다. 당구계에 더욱 큰 충격을 주는 이유다.

최근 김경률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한 당구계 인사는 "아직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조심스럽다"면서도 "김경률은 뇌 수술 이후 성적이 주춤했고, 최근 사업도 지지부진했다"고 밝혔다.

김경률은 고질적인 눈떨림 현상을 잡기 위해 2013년 뇌신경 수술을 받았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경기인 만큼 결단을 내렸지만 한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 최성원과 조재호, 강동궁 등 라이벌들이 김경률을 추월해 세계 무대를 주름잡았다.

최근 시작한 당구 용품 사업도 신통치 않았다.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는 않고, 벌인 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업이 잘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스폰서 계약도 맺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상황은 아니었는데 단순 사고라고 해도 대단히 안타깝다"면서 "당구 외에 금전 관계 등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당구의 르네상스를 열어젖혔던 김경률. 비운의 당구 천재였던 고인의 빈소는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명지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6일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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