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 불황'..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박종훈 2015. 2. 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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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13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3%가 한국 경제에 '구조적 장기 불황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전경련이 지난해 11월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8명 중 무려 90%가 '구조적 장기침체'나 '디플레이션의 공포' 같은 우울하고 부정적인 단어를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본 기자가 3년 전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 라는 제목의 책을 냈을 때만 해도 우리 경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과 경제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한국의 구조적인 장기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떤 상태이기에 이렇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일까? 경제 위기론은 언제나 있었다고 치부하기에는 이번 장기 불황의 위험성이 예사롭지 않다.

피터 드러커가 경제를 내다보는 열쇠, '인구'

우리나라에 구조적 장기불황을 몰고 오게 될 근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우선 그 첫 번째로 일본과 유럽을 저성장의 늪에 빠뜨린 '인구' 문제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인구'는 한 나라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만큼 강력한 요소 중 하나인데, 유독 우리나라 경제 관료들은 그 중요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반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전 뉴욕 대학 교수는 "인구 통계의 변화는 정확한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인구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인구에 대한 통찰'을 토대로 그는 종종 놀라운 경제 예측을 하였다.

1997년 유로화 통합이 눈앞에 다가오자 MIT대학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인 레스터 서로우(Lester Thurow) 교수는 유럽이 곧 미국을 능가하는 슈퍼파워(Superpower)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해들은 피터 드러커 교수는 유럽이 슈퍼파워가 되기는커녕 조만간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는 고령화와 저출산이 가속화되면 일을 할 청년들이 줄어들어 노인 부양부담이 커질 것이고, 이로 인해 청년들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소득(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러한 인구 감소 현상의 가속화는 거대한 유럽 경제마저 깊은 불황의 늪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유럽 경제를 집어 삼킨 '일본화'의 공포

인구 구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생산가능인구는 노동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소비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경제의 기둥이 된다. 이 때문에 한 나라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늘어날 때는 강력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만,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면 대부분 극심한 경제 불황을 겪어왔다.

이런 현상이 가장 먼저 시작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1991년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일본은 1989년부터 경제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한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이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일본이 아무리 경기 부양책을 써도 좀처럼 장기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자,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절약을 미덕으로 삼는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국민성이나 일본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찾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 이상 어느 나라도 일본을 조롱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일본처럼 어떠한 경기부양책으로도 경제를 되살리지 못하는 심각한 경제 불황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경기 불황이 닥쳐온 시기가 묘하게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하락한 시점과 일치한다. 스페인과 영국은 2007년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듬해부터 극심한 경기 불황이 찾아왔다.

유로화(Euro)라는 단일 화폐로 묶여 있는 유로존(Eurozone) 전체를 보면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11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다시 추락(더블딥, Double-dip)한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장기 불황을 연상시키는 극심한 경기 불황이 유럽 경제 전체를 휩쓸기 시작하자, 세계 언론들은 '일본화(Japanization)'의 공포가 유럽을 삼키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노리는 '침묵의 살인자'

'채권왕'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빌 그로스(Bill Gross)는 "앞으로 수년간 무인도에 갇혀 단 한 가지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나는 인구변화 정보를 택할 것이다."라며 인구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인구 고령화가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조용히 잠식해가는 '침묵의 살인자(Silent Growth Killer)'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과연 우리나라는 일본화의 공포에 빠진 유럽과 달리 이 '침묵의 살인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1966년 53%에서 2012년 73%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높아져왔다. 그 덕분에 이제까지 빠른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2013년부터 주춤하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내년부터는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8년이 되면 '인구절벽'이라고 부를 만큼 세계 역사상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빠르게 줄어든 전례가 없기 때문에 어떤 충격이 올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화'의 충격,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기록하는 2015년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2015년 이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 구조는 송두리째 바뀌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부양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경제성장 속도가 급속히 둔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소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내수시장의 성장도 정체된다. 이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면 청년들의 경제 기반이 더욱 악화되고, 이는 다시 저출산을 가속화시켜 인구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자산시장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려는 은퇴자에 비해 자산을 사들이는 청년층의 인구가 줄어들면, 자산 가격이 계속 유지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고령화에 철저히 대비했던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 나라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의 감소와 동시에 자산가격의 급격한 하락 현상을 겪었다. 앞으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이러한 자산가격 하락을 빚으로 틀어막으려는 시도를 했던 나라는 자산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해 결국 경제시스템까지 위협하게 되었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극심한 위기나 장기불황에 빠져든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남유럽 국가들이 '일본화'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 미국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충격을 완화해 나가고 있다.

먼저 프랑스는 출산율이 2.47을 기록했던 1970년부터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국가의 총력을 가족 복지 투자에 쏟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였다. 독일은 아동과 청년에 대한 강력한 투자를 통해 그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소비 기반을 만들어 미래 경제의 버팀목을 강화하였다. 또한, 미국은 몰려드는 전 세계 인재들을 받아들여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 기반을 확충함으로써 2007년 이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불러온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방법이 가장 성공적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적어도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일본화'의 충격을 이겨낸 나라는 아직까지 한 나라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세계 각국이 미래를 위한 생산가능인구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곧 눈앞에 닥칠 '일본화' 현상에 거의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로 떨어질 때까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제대로 노력 한 번 하지 않은 나라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처럼 해외의 최고 인재가 자진해서 우리나라 국민이 되겠다고 몰려들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판국에 경제 관료나 정치인들은 청년에 대한 '투자'를 단순한 '비용'으로 치부하고 포퓰리즘(Populism)으로 매도하며 철저히 외면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일본화'의 충격을 피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더구나 앞으로 소개하겠지만 우리 경제의 앞길에는 일본화 충격에 못지않은 다른 위험 요소들까지 도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앞으로 '대담한 경제'는 총 6편의 특별편을 통해 곧 우리에게 닥쳐올 최악의 장기 불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장기 불황의 위협 속에서 우리 자신을 구할 대안을 모색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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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기자 ( jongh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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