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 차례상은 '치동피서'가 진리?
#. 직장인 A씨는 올 설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랍스터를 구입했다. 최근 수입량이 늘면서 가격이 저렴해지기도 했지만 차례를 지낸 뒤 식구들이 잘 먹는 수산물을 찾다보니 전통적인 생선보다는 랍스터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마음 한 켠으로는 좀 찜찜하기도 했으나 인터넷에서 '차례상에 올리면 안되는 음식' 목록에 특별히 갑각류에 대한 항목이 없는 것을 보고 그나마 안도했다.
'조율이시, 홍동백서, 좌포우혜'와 같은 차례상 원칙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거 차례상 원칙에 따라 음식 종류와 배열을 구분하는 시대가 가고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랍스터, 망고 같은 수입산 음식이 상에 오르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차례상 전용 사탕'으로 불리는 옥춘팔보를 찾는 이들도 크게 줄었다. 서울 불광동의 한 재래시장 상인은 "요즘 제사 사탕(옥춘팔보) 찾는 사람 별로 없다"면서 "찹쌀병과 같은 한과도 눈에 띄게 판매가 줄었다"고 늘었다. 옥춘팔보나 한과가가 비운 자리는 시판 과자류가 채우고 있다. 서울 잠실동 한살림 판매원은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한과 외에도 쌀쿠키, 스낵류, 우유 사탕 등을 찾는 이들이 급증한다"면서 "핵가족 시대에 소포장으로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아이들도 잘 먹는게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 역시 파인애플, 키위 등 열대 과일을 올리는 집들도 늘고 있다. 예로부터 차례상에는 털있는 과일을 금기시해 복숭아도 올리지 않는게 원칙이지만 이런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차례상에 파인애플을 올렸다는 주부 B씨는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과일이 파인애플"이라면서 "차례를 지내고 나면 아이들도 잘먹을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가 피자, 치킨, 도너츠를 올리는 가정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는 '피자 치킨으로 차린 차례상'에 대한 인증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도 화려하다. 또 이들이 상에 올라가면 전통적인 상차림 배열인 조율이시, 홍동백서, 좌포우혜 등도 깨질 수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매우 자유로운 상차림이 된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 사이에는 '피동치서(피자는 동쪽에 치킨은 서쪽에 둔다)'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인터넷 차례상 전문 업체인 D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전에 비해 다양한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업체들도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차례를 한번 치르고 나면 남아도는 음식 때문에 주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처럼 가족들이 잘먹는 음식으로 바꾸면서 버려지는 음식도 줄고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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