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충청" "호남" 지역감정 앙금 남긴 이완구 총리 인준

입력 2015. 2. 17. 03:07 수정 2015. 2. 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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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임명동의안이 어제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의원 281명 출석에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찬성률이 52.7%에 그쳤다. 투표에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이 155명인 점을 감안하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경우 새누리당에서 최소 7명이 이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총리의 병역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감안하면 그를 둘러싼 문제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낙마한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가 국회의 문턱을 넘은 것은 현역 국회의원의 프리미엄과 충청 출신이라는 덕을 본 것이 사실이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이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청문회에서 현역 의원은 절대 낙마하지 않는다는 법칙이 이번에도 작동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권의 지역주의 행태는 한심한 수준이었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호남 인사를 발탁했어야 한다"고 말해 지역 감정 논란을 촉발했다. 11일 국회 청문회장에 나온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충청도에서 총리 후보가 나왔는데 계속 호남분들이 (문제를 제기) 하잖아요"라고 말하는데도 따끔하게 질책하는 의원이 없었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충청 총리를 반대한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한 것도 국민통합을 하겠다는 집권 세력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충청권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도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인사 검증과 청문회를 거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이 총리가 국민 앞에 얼마나 신뢰감을 줄 수 있으며 내각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 차를 맞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직사회 혁신, 노동시장 구조조정 등 현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지율 하락 추세 속에서 새로운 국무총리를 임명해 국면 전환을 노렸던 박근혜 정부의 향후 계획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 총리가 헌법이 정한 각료 임명제청권과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각오 못지않게 박 대통령의 자세가 중요하다. 곧 뚜껑을 열게 될 일부 개각 및 청와대 개편에 총리와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새정치연합도 국정 현안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되 '발목 잡기'의 구태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생산적인 경쟁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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