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 표도 다 못 얻은 李 총리, 정권 부담 더 키웠다

2015. 2.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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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16일 본회의에서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8표, 반대 128표, 기권 5표로 통과시켰다. 노무현 정부 이후 총리 후보자 8명 가운데 가장 낮은 득표율이다. 표결에 참가한 여당 의원 155명보다도 찬성표가 7표 적게 나왔다. 이 총리가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100%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선 표결 결과에 대해 말이 좋아 '인준(認准) 통과'이지 실제론 '정치적 부결(否決)'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청문회 과정에서 숱한 흠결을 드러낸 이 총리, 그런 사람을 총리로 선택한 박근혜 대통령, 이번에도 청와대 뜻을 받들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여당이 합작해서 자초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국정(國政)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임기 3년차를 이끌 동력(動力)을 다시 살리기 위해 지난달 이 총리를 발탁했다. 신임 총리에게는 공무원연금·노동·교육 등의 개혁 과제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이 정책들을 관철하려면 다른 어느 총리보다 여야 정치권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어야 했다. 이 총리 지명 직후엔 야당 지도부도 기대감을 표시할 정도로 그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현역 입영 기피, '1000만원짜리 황제 강의', 차남의 소득세·건보료 탈루, 분당 땅과 서울 강남 고급 주택 투기 등 온갖 의혹에 시달렸다. 여기에다 이 총리가 청문회를 며칠 앞두고 기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지금까지 내가 (김영란법 처리를)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언론도) 당해 봐" "(언론인들을)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며 언론을 멋대로 모욕하고 희롱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연거푸 낙마하자 인사수석실을 새로 만들고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 총리의 병역·재산 관련 의혹을 미리 걸러내지 못했다. 정말 심각한 것은 국민이 청문회에서 만신창이가 된 이 총리를 보며 총리는커녕 일반 하급 공직자로서도 과연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총리 지명 때 20%였던 '반대' 여론이 지난 주말 조사에서 그 배를 넘는 50%대로 늘었다. 온갖 결함(缺陷)으로 범벅이 된 '이완구 총리'를 맞는 국민의 심정은 그만큼 부끄럽고 참담한 것이다. 국회 표결 결과도 이런 여론을 담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 정권 들어서 이미 총리 후보자 세 명이 낙마한 상황에서 이 총리마저 무산될 경우 정권이 낭떠러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이 총리 인준안의 국회 처리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날 표결로 이 총리는 여당 표도 다 얻지 못한 '반쪽 총리'가 됐다. 그런 그가 앞으로 주요 입법 과제들을 놓고 대(對)국회, 대야(對野) 관계에 나서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처지가 됐다. 대통령을 '각하'라 호칭하고 군사정권 시절의 언론관(言論觀)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그가 과연 야당과 국민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완구 내각 출범을 국정 운영의 새 동력으로 삼겠다던 대통령의 구상은 진작에 물 건너갔다. 박 대통령이 후속 개각과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을 통해 민심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반전(反轉) 카드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의견이 많다. 이 정부의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들이 이렇게 정권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낼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되묻고 답을 구하는 것이 절실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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