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국정원.."찬반 클릭 누른 건 종북세력 색출 새 기법"

홍재원·곽희양 기자 2015. 2. 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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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재판서 주장..법원 불인정원세훈 전 원장 측 "대법에 상고"

국가정보원 측은 '댓글사건' 재판에서 "(인터넷 게시판) 찬반 클릭은 종북세력 색출을 위한 새로운 기법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논리를 기반으로 정치에 관여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일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보면 국정원 측은 항소 이유로 "(국정원 직원들이 한) 찬반 클릭 활동은 단순한 의견표명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반대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종북세력 색출을 위한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시험해본 것일 뿐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치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또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은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사실을 적시하는 활동만 했다"면서 국정원법상 정당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의 '안보3팀'은 24명으로 구성돼 찬반 클릭과 각종 사이트에서의 댓글 달기 등을 담당했다. 예를 들어 이 팀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이명박 대통령 또는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내용이나 야권 정치인을 옹호하는 게시글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반대'를 클릭했다. 반대 클릭이 많은 게시글은 베스트게시판 등에 오를 수 없다. 국정원은 여러 아이디(ID)를 이용해 반대 클릭을 몰아주는 행위가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제재를 받자 유머, 연예, 요리 관련 게시글을 '추천' 클릭해 베스트게시판에 대신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밀어내기를 한 셈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서민을 이토록 챙긴 대통령은 박정희와 이명박뿐' '좌좀들, NLL로 수세에 몰리자 이젠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 계승하자고 선동질' 등의 댓글을 포털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달았다. 법원은 이런 활동이 '종북 색출 기법'이나 '가치중립적인 사실 적시'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전날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홍재원·곽희양 기자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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