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너무 세게 나가는 것 아니냐" 불평도
2012년 대선개입에 동원된 국가정보원 직원 중 일부는 자신들의 활동이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자각했던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심리전단 직원들은 민병주 당시 심리전단장을 통해 거의 매일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사항을 하달받았고, 내부 전산망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사항'을 숙지했다. 일부 직원들은 "너무 세게 나가는 것 아니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어떤 직원은 "전달받은 종북세력의 개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국정원 댓글 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직원 ㄱ씨는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슈와 논지가 매일 하달되는데 그 내용이 정치적 중립과 배치되는 성격이 일부 포함됐다. 당혹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ㄴ씨도 "팀원들도 트위터 활동에 관해 서로 '너무 세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 제안이 있었다"고 했다. ㄷ씨는 "업무 지시를 받는 과정에서 전달받은 종북세력의 개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추상적인 정치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지시말씀이 있기는 했지만 선거와 관련해 글을 올리면 안된다는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ㄹ씨는 "솔직히 그 지시를 보면서 어떤 부분은 대통령이나 국정 홍보의 측면이 강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2012년 12월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던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모습과 상반된다. 당시 김씨는 수서경찰서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조사가 끝나면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적 중립 지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없었고, 실제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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