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못 버린 듯.. 원세훈 "국가와 국민 위해 일한 것"

김청환 입력 2015. 2. 9. 19:47 수정 2015. 2. 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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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대선개입 유죄 법정구속

출두 전 신변보호 요청까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저로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입니다."(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청사 312호 대법정에서 시작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항소심 선고공판은 2시간이 가깝도록 끝나지 않았다. 오후 3시40분쯤 서울고법 형사6부가 형량을 밝히는 주문을 읽기 직전 발언기회를 주자 원 전 원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며 마지막 짧은 발언을 했다. 재판부가 이미 선거법 유죄 취지의 판결문을 읽었지만 원 전 원장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했다.

원 전 원장은 법정구속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날 오후 1시40분쯤 그는 감색 코트와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법원 청사에 나타났다. 그의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재판 후 법원 1층 입구의 포토라인 앞에서 짧게 한 마디 하고 재판 들어갈 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앞서 소요를 대비해 법원에 신변보호 요청까지 해뒀고, 경찰 1개 중대(80명)가 법원에 파견돼 원 전 원장의 법정 입장을 보호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법정 구속되며 약속했던 기자회견을 할 수 없었다.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이라고 주문을 읽자, 원 전 원장은 특유의 엷은 미소를 유지하며 애써 냉정을 찾으려 했다. 부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에게 주머니에서 소지품을 꺼내 건넸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해도 법원 직원이 내민 구속영장 발부 서류를 작성하는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서류 작성을 마친 뒤 입고 온 외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허둥대기도 했다.

취재진이"한마디만 소감을 말해달라"며 몰려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교도관을 따라 재판정 옆의 통로로 퇴정했다. 방청석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원 전 원장은 개인비리(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9월 9일 만기 출소한 뒤 5개월여 만에 다시 수감됐다.

김상환 부장판사도 판결문을 읽으며 중간중간 물을 마시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내용 선고에 앞서서 한 사람의 죄와 벌을 다루는 그 어떤 재판이라도 담당 법관에 끊임 없는 숙고를 요한다. 그러면서도 헌법과 법률이 요하는 게 무엇인지, 기록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탐구하고 진지하게 노력했다"고 비장하게 선고에 나섰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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