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피하지 못한 '압구정 백야', 이젠 슬프지도 않네

2015. 2. 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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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결혼하자마자 죽음 맞이한 조나단..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 시작되나

[오마이뉴스 권진경 기자]

지난 3일 방영한 MBC 일일연속극 <압구정 백야> 한 장면. 조나단(김민수 분)이 백야(박하나 분)와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돌연 숨을 거뒀다.

ⓒ MBC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시청자 및 네티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임성한 작가였다.

지난 3일 방영한 MBC 일일연속극 <압구정 백야>의 조나단(김민수 분)은 백야(박하나 분)와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돌연 숨을 거둔다. 이로써 백야는 친오빠 백영준(심형탁 분)에 이어, 남편까지 비극적으로 잃고만 여자가 되었다.

하지만 전도유망한 청년을 한순간에 황천길로 보내버린 이 황망한 죽음이, 아이러니하게도 <압구정 백야>에서는 마냥 슬프게 다가오지 않는다. 간만에 드라마보고 크게 웃어봤다는 이야기에서, 오히려 SBS <하늘이시여>(2005) 부터 임성한 작가의 전매특허로 떠오른 '돌연사'가 다소 늦게 시작되지 않았나하는 반응도 더러 있다.

<하늘이시여>에서부터 임성한 작가는 여주인공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될 만한 인물들은 모두 돌연사, 사고사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리게하는 과감한 면모를 보여왔다. 그 뒤 2011년 방영한 SBS <신기생뎐>에서 뜬금없는 죽음보다 영혼 빙의를 강조했던 임성한 작가는 2013년 MBC <오로라공주>를 통해 진정한 '데스노트'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가장 비극적이어야 할 죽음, 임성한 작품에서는 웃기다?

지난 3일 방영한 MBC 일일연속극 <압구정 백야> 한 장면

ⓒ MBC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활용되는 '죽음'의 소재가 그렇듯이, <압구정 백야> 또한 임성한 작가가 조나단 죽음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도 극의 전환을 꾀하기 위해서이다. 백야가 조나단과 결혼을 택한 이유는, 조나단의 새어머니이면서, 그녀의 친모이기도한 서은하(이보희 분)을 향한 복수를 위해서다. 사랑하지도 않는 조나단과 결혼하기 위한 백야의 전략은 치밀했다. 조나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계획적으로 그의 주위를 맴돈 백야는 보란듯이 조나단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이미 서은하도 백야가 자신의 친딸임을 알고있는 상황.

아무리 피 한 방울 섞지 않는 남이라고 한들, 마치 <하늘이시여>의 이자경(윤정희 분)과 구왕모(이태곤 분)를 보는 것 같았던 <압구정 백야>의 백야와 조나단은 조나단의 불의의 사고로 완전히 갈라서게 된다. 대신, 백야와 서은하의 갈등이 조나단의 죽음으로 본격적으로 심해지는 동시에 언제나 백야의 곁을 맴돌았던 장화엄(강은탁 분)과 백야의 새로운 사랑이 예고되고 있다.

결혼을 하자마자, 숨을 거두는 조나단의 비극적인 운명은 극적인 완성도와 인물들 간의 긴장감 형성을 위해서 아무리 비중있는 역할이라도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더이상 놀라워할 일도 아니다. 참고로 지난 3일 MBC 측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임성한 작가가 이미 1월 초, 조나단 역을 맡은 배우 김민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극중 조나단의 사망에 대해 설명했으며, 김민수 역시 스토리 전개상 피할 수 없는 죽음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했다고 알려진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잊을 만하면, 등장인물들의 연이은 돌연사로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던 임성한 드라마의 죽음들이 더 이상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음 자체가 어느 날 불쑥 찾아오는, 두려운 불청객이라고하나, 임성한의 드라마에서 종종 표현되는 죽음은 삶과 떼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적 존재의 차원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뜬금없고 황당하기까지한 임성한 드라마 속 죽음들은 가장 비극적이고 엄숙하게 느껴져야할 장면마저 철저히 희화화시켜버린다.

극 중 주연급 인물의 허망한 죽음에 눈물이 아닌 웃음을 유발하며, 원래 유한한 사람 목숨을 언제 날아갈 지 모르는 깃털처럼 한없이 가볍게만 다루는 것만 같은 세상. 그렇게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는 성큼 우리 곁으로 다시 다가와 잠시 잊고 있었던 그 위력을 서서히 가공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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