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홀린 '한겨울밤의 꿈'.. 지상 최대 하룻밤의 축제, NFL '슈퍼볼' 현장을 가다

글렌데일 | 윤은용 기자 2015. 2. 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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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억8000만여명이 TV로 지켜봐독립기념일·추수감사절에 버금맥주·피자·치킨·팝콘 '최대 대목'

▲ 770만원 주고도 입장권 못 구해경기장엔 1000만원 넘는 암표도개최도시는 약 6억달러 경제효과

지상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 월드컵, 올림픽 등이 꼽힌다. 하지만 하루 만에 끝나는 스포츠 이벤트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이다.

미국인들은 슈퍼볼이 열리는 일요일을 '슈퍼볼 선데이'라고 부르며 독립기념일, 추수감사절에 버금가는 축제일로 여긴다. 사람들은 집과 음식점, 술집 등에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TV로 슈퍼볼을 시청한다. 하루동안 음식 소비량을 보면 맥주 12억3000만ℓ, 피자 400만개, 치킨 윙 10억개, 감자칩 5080t, 팝콘 1723t 등으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난해 TV 시청자 수는 1억1150만명으로 신기록을 냈으며, 올해는 1억80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점쳐졌다. 슈퍼볼 하프타임 광고료는 30초에 450만달러(약 49억1850만원)로 책정됐다.

미국 사회와 경제를 들썩이게 하는 슈퍼볼의 열기를 2일 현장 주변 스케치를 통해 체험해봤다.

미국프로풋볼(NFL)의 결승전인 슈퍼볼은 경기 중 '광고'로도 유명하다. 2일 열린 슈퍼볼 중계 TV 광고비는 1초당 1억6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슈퍼볼에서 가장 비싼 광고비를 지출한 건강다이어트회사 웨이트와처스의 슈퍼볼 광고 장면 중 하나. | 웨이트와처스 제공

■ 모든 것이 돈, 돈, 돈

이번 슈퍼볼은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피닉스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슈퍼볼을 왜 대학교 경기장에서 하나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구장의 주인은 NFL 애리조나 카디널스다. 하지만 모든 미국 프로스포츠 팀들이 그렇듯 이 구장 역시 이름을 빌려주고 돈을 버는 네이밍 스폰서를 받고 있다. 다만 대학교로부터 네이밍 스폰서를 받는다는 것이 특이할 뿐이다. 피닉스대는 캠퍼스조차 없는 사이버 대학이다. 그렇다보니 학교 홍보를 위해 매년 많은 돈을 내면서 네이밍 스폰서를 하고 있다.

보통 슈퍼볼이 열리면 개최 도시가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은 대략 6억달러(약 6617억원)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슈퍼볼을 보려는 사람들이 호텔 예약을 하는 바람에 숙박비가 껑충 뛰었다. 프리미엄을 몇 배나 얹어주겠다고 해도 방을 구할 수가 없다. 여기에다 같은 기간 지척에 있는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 때문에 숙소 잡기가 더 힘들었다.

액면가 800달러(약 88만원)~1900달러(약 209만원)인 입장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천정부지로 치솟아 7000달러(약 770만원)를 주고도 구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티켓을 구하려는 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암표상들은 신이 난다. 이날 경기장 주변을 배회하는 암표상들에게 티켓 가격이 얼마냐고 슬쩍 물었더니 무려 1만달러(1100만원)를 달라는 어마어마한 대답이 돌아왔다.

■ 시청은 다른 곳에서

사람들로 북적대던 슈퍼볼 경기장 인근 주차장에선 경기 시작 1시간 전이 되자 차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슈퍼볼을 보려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집으로 돌아갈 때 경기장 일대는 엄청난 교통 혼잡에 휩싸인다. 피닉스대 스타디움의 수용규모는 7만3000명. 교통지옥에 빠지기 전에 일찌감치 근처 술집이나 집으로 가 맥주 한잔 하면서 느긋하게 TV로 시청하는 게 상책이다.

덕분에 인근 술집이나 음식점들은 특수를 누렸다. 경기장 주변은 물론이고 피닉스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과 술집에 슈퍼볼을 시청하기 위한 팬들이 몰려들었다. 피오리아, 서프라이즈, 글렌데일 등 피닉스 인근 주요 도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4쿼터로 접어든 시점의 피오리아 인근 한 레스토랑. 3쿼터까지 24-14로 앞서간 디펜딩 챔피언 시애틀이 2연패를 달성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짙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8분여를 남겨두고 브래디의 패스를 받은 와이드리시버 대니 아멘돌라가 터치다운을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21-24로 좁혀지자 레스토랑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2분6초를 남기고 뉴잉글랜드가 다시 한 번 터치다운을 성공해 28-24로 뒤집자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경기 종료 40여초를 남기고 나온 시애틀의 패스미스는 레스토랑 안을 뒤집어 놓았다.

슈퍼볼이 끝난 후 서프라이즈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만난 한 뉴잉글랜드 팬은 잔뜩 흥분돼 이곳 저곳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응원하는 팀이 우승한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죠. 슈퍼볼은 끝났고, 이제는 친구들이랑 오늘 밤을 좀 즐겨야겠어요. 제 친구들은 시애틀 팬이랍니다."

<글렌데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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