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스포츠 축제 슈퍼볼, 직접 가봤습니다

글렌데일 | 윤은용 기자 입력 2015. 2. 2. 17:31 수정 2015. 2. 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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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 월드컵, 올림픽 등이 꼽힌다. 하지만 하루만에 끝나는 스포츠 이벤트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이다.

미국인들은 슈퍼볼이 열리는 일요일을 '슈퍼볼 선데이'라고 부르며 독립기념일, 추수감사절에 버금가는 축제일로 즐긴다. 사람들은 집과 음식점, 술집 등에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TV로 슈퍼볼을 시청한다. 하루동안 음식소비량은 맥주 12억3천만ℓ, 피자 400만 개, 치킨 윙 10억 개, 감자칩 5천80t, 팝콘 1723t 등으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난해 TV 시청자수는 1억 1150만명으로 신기록을 냈으며, 올해는 1억 80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점쳐졌다. 슈퍼볼 하프타임 광고료가 30초에 450만 달러(49억 1850만원)로 책정됐다.

미국 사회와 경제를 들썩이게 하는 슈퍼볼의 열기를 2일(한국시간) 현장 주변 스케치를 통해 체험해봤다.

■모든 것이 돈, 돈, 돈

이번 슈퍼볼은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피닉스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슈퍼볼을 왠 대학교 경기장에서 하나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 구장의 주인은 NFL 애리조나 카디널스다. 하지만 모든 미국 프로스포츠 팀들이 그렇듯 이 구장 역시 이름을 빌려주고 돈을 버는 네이밍 스폰서를 받고 있다. 다만 대학교로부터 네이밍 스폰서를 받는다는 것이 특이할 뿐이다. 피닉스대는 캠퍼스조차 없는 사이버 대학이다. 그렇다보니 학교 홍보를 위해 매년 많은 돈을 내면서 네이밍 스폰서를 하고 있다.

보통 슈퍼볼이 열리면 개최 도시가 얻게 되는 경제적 이득은 대략 6억 달러(약 6617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슈퍼볼을 보려는 사람들이 호텔 예약을 하는 바람에 숙박비가 껑충 뛰었다. 프리미엄을 몇 배나 얹어주겠다고 해도 방을 구할 수가 없다. 여기에다 같은 기간 지척에 있는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 때문에 더 숙소잡기가 힘들어졌다.

액면가 800달러(약 88만원) ~ 1900달러(약 209만원)인 입장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천정부지로 치솟아 7000달러(약 770만원)를 주고도 구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티켓을 구하려는 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암표상들은 신이 난다. 이날 경기장 주변을 배회하는 암표상들에게 티켓 가격이 얼마냐고 슬쩍 물었더니 무려 1만 달러(1100만원)를 달라는 어마어마한 대답이 돌아왔다.

■"윌슨은 어린 아이" vs "브래디는 늙었어"

뉴잉글랜드와 시애틀은 서로 걸출한 쿼터백을 보유하고 있어 축복받은 팀이라고 할 수 있다.

현 NFL에서 브래디는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다. NFL의 대표적인 인기 구단 뉴잉글랜드의 쿼터백으로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실력, 그리고 백인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얹어지면서 지금은 NFL의 아이콘이 됐다. 슈퍼볼 6회 진출에 우승만 3번을 경험했고 MVP도 2번이나 받은 브래디는 매닝과 함께 현 NFL을 대표하는 최고의 쿼터백이다..

브래디에 비하면 윌슨은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지난해 덴버 브롱코스와의 슈퍼볼 대결에서 매닝을 압도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패기 넘치는 플레이와 카리스마로 시애틀을 이끌고 있다.

두 선수에 대한 뉴잉글랜드와 시애틀 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날 경기장 주변에서 만난 뉴잉글랜드 팬들이 하는 말은 "윌슨은 어린 아이"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뉴잉글랜드 팬은 "매닝은 원래 큰 경기에 약하지만 브래디는 그렇지가 않다. 이번에 윌슨을 혼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시애틀 팬들은 지난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윌슨이 브래디를 누를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한 시애틀 팬은 "매닝과 브래디가 의심의 여지없는 최고의 선수들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 이번에도 윌슨의 패기가 브래디를 압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은 다른 곳에서

사람들로 북적대던 슈퍼볼 경기장 인근 주차장에선 경기 시작 1시간 전이 되자 차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슈퍼볼을 보려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집으로 돌아갈 때 경기장 일대는 엄청난 교통 혼잡에 휩싸인다. 피닉스대 스타디움의 수용규모는 7만 3000명. 교통지옥에 빠지기 전에 일찌감치 근처 술집이나 집으로 가 맥주 한 잔 하면서 느긋하게 TV로 시청하는게 상책이다.

덕분에 인근 술집이나 음식점들은 특수를 누렸다. 경기장 주변은 물론이고 피닉스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과 술집에 슈퍼볼을 시청하기 위한 팬들이 몰려들었다. 피오리아, 서프라이즈, 글렌데일 등 피닉스 인근 주요 도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4쿼터로 접어든 시점의 피오리아 인근 한 레스토랑. 3쿼터까지 24-14로 앞서간 디펜딩 챔피언 시애틀이 2연패를 달성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짙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8분여를 남겨두고 브래디의 패스를 받은 와이드리시버 대니 아멘돌라가 터치다운을 성공시킨데 이어 추가 킥 득점까지 올리면서 순식간에 21-24로 차이가 좁혀지자 레스토랑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2분 6분전 브래디의 패스를 이어받은 와이드리시버 줄리안 에델만이 다시 한 번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경기를 뒤집자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서빙을 하다가 뒤늦게 TV 앞으로 온 한 웨이터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장 큰 함성은 경기 종료 40여초를 남겨두고 터졌다. 뉴잉글랜드의 레드존에 진입해 마지막 기회를 잡은 시애틀의 쿼터백 윌슨이 던진 회심의 패스를 뉴잉글랜드의 '루키' 세이프티 말콤 버틀러가 가로채자 레스토랑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함성을 터뜨렸다.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는 의미였다. 뉴잉글랜드는 시애틀을 28-24(0-0 14-14 0-10 14-0)로 누르고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글렌데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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