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의 명과암>고시원은 '희망'이다..신분상승 꿈꾸는 신림동 고시촌 24시

2015. 2. 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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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사람들은 신림동 고시촌을 우울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곳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 곳이에요."

#. 7년째 신림동 고시원에 거주하는 신주영(35ㆍ가명) 씨. 신 씨는 2012년을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지금은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신 씨는 신림동을 "희망이 있는 곳이자 '큰 학교'같다"고 말했다. 싼 물가 덕분에 직장인들이 많이 유입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곳은 꾸미고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 트레이닝복 차림도 부끄럽지 않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신 씨는 자신이 사는 고시원을 '방'이 아니라 '집'이라고 표현했다.

"저희 '집'엔 창문 있어요. 창문이 너무 커서 오히려 외풍이 심할 정도"라고 웃은 신 씨는 '집'에 TV가 있으면 밖으로 잘 안 나오게 돼서 TV를 없앴다고 한다. 신 씨의 '집' 안에는 작은 냉장고만 있다.

아침을 잘 안먹는 편인 신 씨는 눈을 뜨자마자 독서실로 향한다. 식사는 고시식당에서 해결한다. 신 씨는 "예전에는 아예 고시원에서 밥을 주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곳 경제력이 많이 바뀌었는지 대부분 고시식당 아니면 일반 식당에서 사먹는다"고 설명했다.

신림동 고시식당은 '뷔페식'인데다 전통적으로 매끼 고기반찬이 나온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식권은 한 끼당 평균 4000원꼴.

요즘 신 씨의 학원 수업은 오후 2시부터 시작. 점심을 먹고 1600원짜리 카페라떼를 테이크아웃 해 들고 학원에 들어간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집에서 모든 지원을 받는 신 씨는 '빨리 합격하는게 돈을 버는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활이 길어지면서 부담감도 커지는 게 사실.

신 씨는 "잘 되면 신분상승이지만 시험이 안 되면 아무것도 아닌게 돼버린다"면서 "신림동에서 몇년 공부한 걸 누가 증명서를 떼 주는 것도 아니고, 토익 점수가 높은 것도 아니고, 이곳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 결국엔 '고시낭인'이 되기 십상이다"

속이야 어떨지 몰라도 "아직 형편 되니까 지원해줄수 있다. 오래 있었는데 시작했으면 자격증 하나라도 따갖고 와야 후회 없지 않겠나" 말씀하시는 부모님에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신 씨는 "빨리 잘 돼서 나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 행정고시를 준비하며 3년째 신림동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는 정민재(25ㆍ가명) 씨. 정 씨가 사는 23만원짜리 '방'에는 창문이 없다.

정 씨는 "이마저도 2만원을 깎은 가격"이라면서 "창문이 있으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의 방에도 TV같은 사치품은 없다. 하지만 상관 없다. 정 씨에게 고시원은 '몸만 눕히면 되는' 잠만 자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정 씨는 신림동 생활을 하며 아직까지 부모님의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서울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대를 다니는 정 씨는 고등학생들에게 그룹과외를 해 버는 돈으로 어떻게든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정 씨의 기상은 아침 7시 30분. 창문 하나 없는 정 씨의 방은 아침이 밝아도 여전히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있다.

1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맞춰놓은 핸드폰 알람만이 정 씨를 깨운다.

김밥 등 분식으로 아침 식사를 떼우는 정 씨는 점심과 저녁에는 고시식당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 4000~5000원짜리 식사를 한다.

신림동 생활 만 2년만에 정 씨는 벌써 고시식당이 질려버렸다.

정 씨의 유일한 위로는 이곳에서 공부를 하다가 만난 여자친구다. 데이트는 거의 할 수 없지만 이 외로운 싸움에 함께 공부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정 씨는 "고시생들은 바깥 세상을 잘 몰라서 외부인들 하고는 대화가 잘 안 통해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이곳에서 같이 공부하며 연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조차 빈부격차가 존재한다는 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독서실도 저렴한 곳은 한달에 7~8만원이면 가능하지만 시설이 좋은 곳은 20만원에 육박한다.

아예 고시원이 아니라 월세 40~50만원을 넘는 값비싼(?) 원룸에 사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정 씨는 "옛날에는 '고시'라고 하면 그야말로 오랫동안 앉아서 책만 보면 된다고 했는데 요즘은 확실히 '있는 집' 애들이 더 잘 붙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비싼 학원비 걱정 않고 듣고 싶은 수업을 편히 들을 수 있고, 모 대학의 유명 강사로부터 값비싼 그룹과외를 받는 친구들도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정 씨는 이 곳을 '군대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어서 빨리 합격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다"는 정 씨의 말에 오히려 '희망'이 느껴진다.

"합격한 사람들 말로는 '되보면 안다'고 하더라구요. 신분상승이요."

정 씨는 오늘도 햇빛이 들지 않는 방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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