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아니 진~짜 예능 안하려고 했다니까"

2015. 2.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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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정프로 3개·매니저도 있지만 연예인은 아니라는 '예능 공룡'

[조금 새로운 인터뷰 - 사심(4心) 인터뷰] 서장훈

인생, 한치 앞도 모른다지만, 이 남자를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최장신 예능 늦둥이' '예능 공룡' 등 갖가지 별명까지 붙으며 예능 대세로 떠오른 전 농구선수 서장훈. 1998년부터 프로농구 15시즌을 뛰면서 찬란한 금자탑(개인 통산 최다 득점, 튄공잡기 1위)을 쌓은 코트의 야생마는 어디 가고 강아지와 놀고 아기를 돌보는 '귀요미'가 되어 돌아왔다. <일밤-애니멀즈>(문화방송), <야만티브이>(엠넷), <세바퀴>(문화방송)까지 고정 프로그램만 세개. 그는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지만, 요즘 가장 '핫'한 예능인임에 틀림없다. 은퇴 뒤 연예계에 진출한 운동선수는 많았는데, 서장훈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라 반응이 더 뜨겁다. 툴툴대면서도 결국 다 해주는, 코트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던 그의 성격이 예능에서는 매력 만점으로 통하고 있다.

농구에 이어 예능도 주름잡을 기세인 서장훈을 지난 28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예능을 보고 서장훈에게 '급호감'을 갖게 됐다는 이유진 편집부 기자, 스포츠와 예능이라는 결이 다른 미디어 세계에 서장훈이 대처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낀다는 김효실 기자, 선수 시절 서장훈을 오래 취재한 농구 전문잡지 <점프볼>의 손대범 편집장이 남지은 기자와 함께 만났다.

"뭐 이런 질문을 해" 타박하면서도대답할 건 다 하는 '귀여운 투덜이'코트 호령하던 모습과 다른 '반전'"요샌 너무 바빠 하루 3시간 잘 때도"

남지은 기자(이하 남)

2013년 부산 은퇴식 때 울컥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2년뒤 연예면에서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서장훈(이하 서)

나도 몰랐어요. 은퇴하고 2, 3년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생각이었어요.

안 한다, 안 한다면서 고정까지 꿰찼잖아요.

진~짜 안 하려고 했어요.(좌중 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흘러왔는데 처음에는 부탁과 의리 때문이었어요. 지금은 대중과 소통하는 기분으로 하고 있어요. 하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더라고요.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볼 수 있겠구나. 이왕 하게 됐으니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나를 몰랐던 사람들과 소통해보자. 내가 선수 시절 호불호가 갈렸던 사람이고 고정 안티도 많았으니까. 코트에서 내 모습이 전부인 줄 아는 사람들한테 코트 밖 인간 서장훈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자, 그런 의미로 하는 거예요.

나오자마자 '대세'가 된 건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툴툴대면서도 다 해주는 스타일이 요즘 인기잖아.

옛날 같은 분위기였으면 나도 좀더 어려워했을 거예요. 10년 전에 방송 나와서 이랬으면 뭐라 그랬겠지. 툴툴대고 그러려면 왜 나와.(좌중 웃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 것들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에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해보니까 어때요? 힘들지 않아요?

농구만 하겠어요.(웃음) 특별히 힘든 건 없어요. <라디오 스타>처럼 앉아서 두런두런 얘기하는 게 가장 좋더라고요. 원래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프로그램 녹화한다, 이런 생각 없이 할 수 있으니까.

독설가인 김구라씨와 친해진 건 솔직히 좀 걱정되더라고요.(좌중 웃음)

아니 왜요?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보다 훨씬 착해요. 나는 원래 구라 형의 방송 스타일을 선호했어요. 구라 형이 독설에 가려져 있는데 엄청 똑똑한 사람이에요. 조언도 해주고.

예능인 아니라더니, 소속사가 생겼어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계약한 게 아니고 그냥 일만 봐주는 거예요. 대표가 엄청 친한데, 내가 혼자 다니고 그러니까 그냥 돌봐주겠다, 뭐 그런 차원이에요.

이유진 기자(이하 이)

선수 시절에 안티가 많았다는데, 예능을 보고 서장훈을 좋아하게 된 사람으로서 상상이 안 가요.

얘기하려면 이 지면 다 써도 부족한데.(웃음) 간단히 얘기하면 이기고 지는 거에 몰입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심판한테 항의를 할 수도 있고, 나를 견제하는 상대방 수비에 내가 좀 짜증을 냈을 수도 있어요. 그 모습을 코트 안에서의 승부욕으로 좋게 보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뭐 저렇게까지 과하게 하느냐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얘기지. 코트에서 치열하게 하는 모습인데, 밖에서도 그럴 것 같다는 선입견 있을 수도 있다는 거고.

손대범 편집장(이하 손)

오히려 요즘 농구계에서는 서장훈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하는 분위기예요.(좌중 웃음) 예능 나온 다음날 농구장에 가면 서장훈 얘기가 늘 나와요. 선수 시절에는 올스타전 이벤트 등에 인색한 편이었잖아요.

그건 선수로서니까 좀 다른 거죠. 선수가 뭐 그런 어색한 짓을 해.(좌중 웃음) 나는 어색한 걸 못 참기 때문에 농구에서 하는 건 어색하지만 여기는 예능이니까. 지금도 굳이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무한도전>의 케빈 찍을 때가 새벽 5시 반이었어요. 그걸 안 하면 안 끝나. 해주고 빨리 끝내는 게 낫다 이거지.(좌중 웃음)

<애니멀즈>에서 강아지를 좋아하는 모습이 의외였어요. 선수 시절에도 강아지가 아프면 훈련 끝나고 바로 집에 달려갈 정도였다고.

정확하게 말하면 강아지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우리집에 있는 강아지를 좋아해요.(웃음)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데. 집에서 결혼 압박은 없어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에요. 아직은 그런 얘기하는 게 스스로 불편해.

예능 보고 호감을 가지는 여자팬들이 늘 것 같아요. 근데 깔끔하다고 알려져서.(좌중 웃음) 깔끔한 남자는 피곤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사실 그게 깔끔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합 뛰기 전) 나만의 의식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아요. 평생을 그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깔끔한 게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젠 선수도 아닌데 그 정도로 의식하진 않아요. 그리고 여자든 남자든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상대에 맞추겠지. 맞춰서 살겠죠. 근데 뭐 자꾸 이런 얘길 해.

좋은 임대업자? 함께 잘 지내야지후배들 책도 읽고 사회 관심 가져야정치는 전혀, 네버, 절대 안할거야나중에 꼭 농구계에 기여하고 싶어

예능을 통해 보여준 사람냄새 나는 인간 서장훈을 넘어 그는 박학다식한 '똑똑남'이기도 하다. 하나를 물으면 차근차근 근거를 들어 설명할 정도의 달변가이다. "예능은 전문 분야가 아니라 말을 아낀다"지만, 자신이 잘 아는 농구에 관해서는 거침없다. 선수 시절부터 독서광이었고, 뉴스를 챙겨 보며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둔 영향이 컸다. 전창진 케이티 감독은 "전지훈련 갈 때마다 공항에서 사라져 찾아보면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더라"고 했다.

선수 때 독서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이런 얘기 하면 참 나도 웃긴데. 내가 너무 바빠요.(좌중 웃음) 하루 3시간 잘 때도 있고. 예전처럼 많이 읽지는 못해요. 영화 <명량> 때문에 <칼의 노래>를 다시 본 게 최근이에요.

독서가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됐나요?

책뿐 아니라, 선수들도 다양한 데 관심을 가져야 해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른 쪽에도 관심을 갖고, 여러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너무 운동에만 매몰돼 있어. 그러다 보니 은퇴 이후에도 문제가 되는 거고. 방송 뉴스도 보고 신문도 읽고 농구 외에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다양하게 볼 줄 아는 선수가 플레이에서도 창의성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김효실 기자(이하 김)

좋은 임대업자로 꼽히는데.(좌중 웃음) 정의에 맞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임대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갑질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건가요?

갑질까지 얘기할 입장은 아니고. 알려진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받고 이런 걸 떠나서 모두 좋게 함께 잘 지내자는 얘기예요. 김 자라면서 조금 더 가진 사람이 베풀어야 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걸까요?

어릴 때부터 집에서 그렇게 배웠어요.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과 있으면 도와줘라. 지금 현재 내가 조금 사정이 나으면 내가 낼 수도 있는 거고, 상대방이 나중에 나보다 더 잘될 수도 있는 거고. 뭐 그런 얘기예요.

마지막해 연봉 등 선수 시절 꾸준히 기부해온 것도 그런 차원인가요?

마지막해 연봉 기부는 오래전부터 생각했어요. 사회적으로 이런 일들이 확산되고, 많은 선수들이 이런 일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도적인 역할의 의미로 한 거예요.

이 달변가에 의식도 있어서 그런가, 서장훈을 만난다니 한 정치인의 보좌관이 앞으로 정치할 생각 있는지 물어보라던데요.

전혀. 네버. 네버 말고 더 확실한 표현이 뭐가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고의 부정의 표현을 더해 절대 안 해요.(좌중 웃음) 내 꿈은 오직 하나였어요. 한국에서 최고 농구선수가 된다는 거. 그게 이뤄졌는지 아닌지는 대중이 평가할 문제지만, 그 꿈이 더이상 이어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이상 꿈이 없어요. 꿈을 이루려고 최선을 다했으니 나머지는 다 덤이라고 생각해요.

감독이나 코치가 될 수도 있잖아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그 안에서도 여러 가지 상황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나라는 사람이 가진 특이성과 내가 농구계 안에서 약간 특이한 캐릭터라 서장훈이란 선수 자체가 여러 가지로 어렵고 까다롭다 이런 선입견이 있어요. 지도자를 하려면 어느 정도 숙성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걸 내가 잘 알아요. (숙성?)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거지. 어쨌든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농구로 사랑받고 많은 걸 얻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서 어떤 식으로든 농구계에 기여할 거예요.

돌아올 때를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나요?

그럼요. 넋 놓고 예능만 하고 있진 않아요.(좌중 웃음) 은퇴 이후 첫 시즌에는 농구를 보는데 마음이 공허하더라고요. 당연히 뛰고 있어야 하는데 집에서 티브이로 보는 게 뭔지 모르게 슬펐어요. 그래서 안 봤어요. 지금은 봐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의 최대 관심사는 농구일 수밖에 없으니까.

타임라인이 있나? 언제까지 돌아오겠다는.

정해놓은 건 없고. 어떤 방식으로든 농구계에 돌아가서 기여한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농구인 서장훈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는 거죠?

쉼표죠 쉼표.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눈에 들어온 건 그의 '듣는 자세'다. "쫑긋." 어떻게 말을 걸든 귀를 세우고 상대방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소통'이란 단어를 수차례 언급했다. 국어사전에서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 했다. 가는 말과 오는 말에 모두 성실한 소통가, 인증!

김효실 기자

서장훈을 만났다고 하자, '예능인' 서장훈은 어땠냐는 지인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내 대답은 딱 한 줄로 정리됐다. 농구인이든, 예능인이든 서장훈은 서장훈이었다. 어떤 주제를 던져도 분위기에 맞게 대화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했던 현역 시절 그대로였다. "어색한 것은 정말 싫다"는 말을 들을 때는 현역 시절, 그의 모습을 표지로 담기 위해 이런저런 포즈를 요구하며 끙끙대던 사진기자의 표정도 기억났다. 까칠하면서도 세심하고, 툴툴대면서도 결국 해줄 건 다 해주는 그 모습은 우리가 '국보센터'라 부르던 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대범 <점프볼>편집장

서장훈'치고는' 많이 웃는다. 농구장에서 처음 만났던 2012년 한해 동안 웃는 얼굴을 본 게 한두번이던가. 프로 15년 동안 팀을 6번이나 옮겨 다니며 맘고생도 많았던 그가, 코트를 벗어난 의외의 장소에서 아이처럼 웃고 있다. 42살에 전혀 다른 세상과 소통하는 '국보급 센터' 아니 '예능 공룡'이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남지은 기자

<사남일녀>였을 것이다. 구라 형과 가끔 투닥거리고, 제작진에게 볼멘소리 해도 함께 살게 된 가족들에겐 스스럼없이 다가가 살갑게 구는 그를 눈여겨본 것이. 갑자기 예능에 나왔다고 꾸며낼 수 없는 어떤 '진심'이 거기 있었다. 직접 본 그는? 때론 매니저와 투닥거리고, 가끔 기자마저 핀잔해도 질문마다 꼭꼭 씹어 뱉는 대답이 믿음직했고, 어색함을 무릅쓰고 사진기 앞에서 은근히 포즈를 잡는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웃기기보단 미소짓게 하고, 밉지 않게 똑 부러지는 이제는 예능 대세 유명인.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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