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김동주, 잠실 얼굴의 너무 다른 종착역

2015. 2. 2. 07: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윤세호 기자] 잠실구장 원정경기를 치르는 투수들에게 이병규(9번·41)와 김동주(39)는 골치 아픈 세금 같았다.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렇게 이들은 오랫동안 각각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얼굴이자 자존심으로 자리했다. 팬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국가대표팀에선 힘을 합쳐 기적을 이뤘다.

그런데 2012년부터 둘은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병규는 2012시즌을 앞두고 LG 구단 최초 민선주장이 됐다.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엄격한 선배였다가도, 때로는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한 맏형이 됐다. 특히 2013시즌 이병규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암흑기 청산을 위해 팀 전체에 긍정의 기운을 퍼뜨렸으며,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락커룸에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상 복귀 후에는 귀신같은 맹타로 LG의 진격을 이끌었다. 당해 이병규는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고령 타격왕에 올랐고, LG는 2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 마침내 암흑기 마침표를 찍었다. 주장으로서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반면 김동주는 점점 자리를 잃어갔다. 2012시즌 66경기, 2013시즌에는 27경기 밖에 나오지 못했다. 이병규가 김기태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한 것과는 달리, 김동주는 김진욱 감독과 불편한 동거를 했다. 김진욱 감독은 김동주가 최고참답게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랐지만, 김동주는 김 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반복됐고, 결국 김 감독은 팀 케미스트리를 위해 김동주를 전력에서 제외시켰다. 2014시즌 사령탑에 오른 송일수 감독의 선택도 김 감독과 다르지 않았다. 송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김동주를 '전력 외'로 봤다. 그러면서 김동주는 2014시즌 단 한 번도 1군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병규와 김동주 모두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라이벌 구단에 입단한 만큼, 프로가 되고 나서는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의식했다. 시즌 후 연봉협상에서 둘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매해 잠실 최고연봉자의 자리를 나눠가졌다. "김동주 이상 주십시오." 2013시즌 후 FA가 된 이병규가 구단과 협상테이블에서 내건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다. LG 구단은 이병규의 요구를 흔쾌히 승낙, 3년 총액 25억5000만원(계약금 1억5000만원·연봉 8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김동주의 연봉은 7억원이었다.

이병규에게도 김동주처럼 힘든 시간들이 찾아왔었다. 한국무대로 돌아온 2010시즌 이병규는 자신의 이름 석 자와 어울리지 않는 하위타선에 배치됐다. 때로는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이병규는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경기 후 배팅 연습장에서 홀로 땀을 쏟았다.

무엇보다 이병규는 야구가 잘 되든 안 되든 그라운드 밖에서 최고참 역할에 충실했다.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 2군에서 재활할 때는 후배들의 요구사항을 주저하지 않고 구단에 전달했다. 지난해 이병규는 다리 부상으로 약 3개월을 구리에서 보냈다. 2군 후배들이 짧고 이른 식사시간에 아쉬움을 표하자 곧장 구단 담당자에게 전화해 식사시간을 조절케 했다. 1군 선수들에게만 모기업 최신 핸드폰이 지급되자, 구단 측에 2군 포함 선수 전원에게 핸드폰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2012년 겨울 LG 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류제국에게 가장 먼저 다가간 이도 이병규였다.

김동주는 지난 1월 31일 현역은퇴를 선언했다. 두산 유니폼을 벗고 새 출발을 다짐했으나, 김동주의 요구를 들어주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이병규는 현재 애리조나에서 '부활'이란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긴 채 뛰고 있다. 이병규는 유니폼을 벗는 그 순간까지 팀의 우승, 그리고 한국프로야구 최다안타에 도전한다. 비슷한 길을 걸어왔던 김동주와 이병규가 너무 다른 종착역을 바라보게 됐다.

drjose7@osen.co.kr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 앱다운로드]

[요지경세상 펀&펀]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