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회의 이미 6개나 있는데.. 2개 더 만들어 "소통 강화"

최문선 2015. 2. 2.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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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내각 정책협의체 신설

靑 "여러 채널로 시너지 발휘할 것" 與 벌써부터 "옥상옥 가능성" 비판

고위 당정청 회의 3개월간 없었는데 협력 방안도 없어 불통 해소 기대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1일 정부서울청사 정책조정강화회의에 참석해 정부 측 의견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두현 홍보·안종범 경제·현정택 정책조정·조윤선 정무수석 등.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청와대와 정부가 1일 최근 여권에서 벌어진 잇단 정책 혼선에 대한 긴급 처방전을 내놓았다. '정책 조정 회의체'를 추가 설치하고 정책조율 기능을 강화키로 한 것은 당정청 간 협의부재에 따른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 백지화 등의 난맥상이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체가 없어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 정부 내엔 국무총리와 부총리 등이 주재하는 정책 관련 회의가 이미 여섯 개나 있다. 결국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설득과 양보를 적절히 구사하려는 청와대의 인식 변화가 없는 한 회의체 신설은 고식지계(姑息之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여권 내 정책 조정 회의체만 8개로 늘어

청와대와 정부는 주말인 1일 긴급 회의를 열어 정책 조정 시스템 강화 방안을 논의한 끝에 청와대_정부 간 정책조정협의회와 청와대 내 정책점검회의를 새로 만들어 수시로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정책을 논의하는 여권 내 회의체는 여덟 개로 늘었다. 현정부 들어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비롯해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 사회부총리가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현안점검 조정회의와 실무조정회의, 총리_부총리들 간 협의회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막지는 못했다.

1일 결정은 정책 논의 과정에 청와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 '여권 내 강한 정책 사령탑이 없어 정책을 놓고 당ㆍ정ㆍ청이 우왕좌왕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정책조정협의회에는 경제ㆍ사회부총리와 국무조정실장, 정책조정ㆍ홍보ㆍ경제수석과 해당 정책 관계 장관과 수석 등이 마주 앉아 갈등 유발 정책을 중심으로 조율하게 된다. 정책조정수석이 주재하는 청와대 정책점검회의에는 민정ㆍ인사 수석을 제외한 모든 수석들이 참석하며 정무적 관점에서 주요 정책 내용과 홍보 방안을 논의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은 "정책점검회의를 매달 두 세 번 이상 열어야 한다고 본다"며 "국무조정실장 주재 현안점검 조정회의와 쌍방향 소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자주 한다고 난맥상 해소?

청와대와 정부는 회의 개최 횟수를 늘리는 등 이미 운영 중인 정책 회의들을 활성화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회의를 자주 여는 것만으로 최근 벌어진 정책 혼선의 근본 원인인 여권 내 불통이 해소될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건보료 개편은 정부가 여당과 상의 없이 밀어붙이려다 말을 꺼낸 지 하루 만에 접었고, 연말정산의 경우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여당이 초유의 소급 적용을 주장하면서 누더기가 됐다. 군인ㆍ사학연금 개혁과 주민세ㆍ자동차세 인상 등을 둘러싼 말 뒤집기도 정책 추진 주체 간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회의체들을 새로 만들고 회의 횟수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비효율만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에서는 벌써부터 "신설 회의체가 옥상옥이 될 공산이 크다"는 비판론이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현정택 수석은 "오히려 여러 채널이 있는 것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정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획기적 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여당 의원들의 눈이 온통 내년 총선을 향해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여당을 사실상의 '정책 이중대'로 보는 한 제대로 된 정책 협업은 불가능하다. 특히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여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는 지난해 10월19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제로 개최된 이래 지금까지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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