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탄생의 비밀 품은 '중력파' 학계는 지금도 논쟁中

전준범 기자 입력 2015. 2. 2. 03:01 수정 2015. 2.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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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전세계 과학계는 열광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가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138억년 전 빅뱅(Big Bang·대폭발)과 함께 지금의 광대한 우주가 탄생했음을 입증하는 증거인 '중력파'를 찾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팀은 기자회견을 열고 남극기지에 있는 '바이셉2(BICEP2)'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중력파 흔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계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이자 금세기 최고의 과학적 성과"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연구팀은 단숨에 노벨상 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과학계의 흥분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끝나게 됐다. 바이셉2 연구팀과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위성 연구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력파라고 생각했던 신호를 다시 분석했지만, 중력파가 확실하다고 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력파 발견 발표가 성급했음을 연구팀 스스로 인정하고 철회한 것이다.

◆ 우주 급팽창 이론의 직접적인 증거 '중력파'

연구팀이 지난해 바이셉2를 이용해 찾아냈다고 주장한 중력파를 이해하려면 '급팽창 이론'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앨런 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물리학과 교수가 주장한 급팽창 이론은 138억년 전 빅뱅 직후 우주가 10의 33제곱분의 1초만에 10의 20제곱배(100억 곱하기 100억배) 이상 팽창했다는 이론이다.

구스 교수는 급팽창 이론의 근거로 우주를 떠다니는 전자기파인 '우주배경복사'를 들었다. 빅뱅과 함께 흘러나온 우주배경복사는 현재 우주 어디에서나 같은 온도, 동일한 형태로 관측된다.

구스 교수는 "빅뱅 직후 모든 물질은 균일한 상태로 뭉쳐 있었다"며 "이 상태에서 순식간에 급팽창해야만 모든 물질이 처음처럼 균일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상 균일한 우주배경복사의 특성이 바로 급팽창의 증거라는 의미다.

하지만 과학계는 더 '직접적인' 증거를 필요로 했다. 그게 중력파였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엄청난 질량을 가진 우주가 급팽창하면 시공간이 뒤틀리고 중력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바이셉2가 중력파를 포착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구스 교수는 "우주 탄생의 비밀이 드디어 풀리게 됐다"며 "정말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 "우주먼지를 중력파로 착각한 것" 이의제기 쏟아져

축제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중력파 발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스퍼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중력파 발견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주먼지가 전파망원경 신호에 교란을 줬는데 이걸 중력파 신호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파리-수드대 소속 입자물리학자인 아담 팔코스키 박사도 지난해 5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우주먼지가 만드는 복사에너지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연구 성과를 부정했다.

이 같은 의문에 힘을 실어 준 건 ESA였다. ESA는 지난해 9월 플랑크위성으로 관측한 결과를 토대로 중력파 발견에 이의를 제기한 과학자들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전자파가 우주에 떠다니는 우주먼지와 부딪혀 산란효과를 일으켰을 것으로 추측했다.

결국 바이셉2 연구팀과 플랑크위성 연구팀은 공동으로 관측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번에 발표된 것이다.

공동연구팀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주 급팽창의 직접적인 증거인 중력파 신호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 "우주 급팽창 설명하려면 반드시 중력파 찾아야"

전문가들은 비록 중력파 발견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이를 우주 급팽창 이론에 대한 부정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우주 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이론은 여전히 급팽창 이론이라는 설명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력파 흔적을 관측하려는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며 "바이셉2 연구팀도 절치부심하고 다시 도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중력파 관측 프로젝트인 '라이고(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핸펀드에 있는 라이고는 4㎞ 길이의 진공터널 2개를 붙여놓은 모양이다. 양 터널 끝에는 거울이 달려있다. 그 거울로 레이저 빔을 발사한다.

만약 시공간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면 반사돼 돌아온 2개의 레이저 빔은 상쇄간섭을 일으켜 사라질 것이다. 상쇄간섭은 위상이 반대인 두 파동이 중첩돼 진폭이 0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시공간에 미세한 변화라도 있다면 상쇄간섭이 일어나지 않아 돌아온 빛이 보일 것이다. 라이고 연구팀은 이를 통해 중력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도 각각 '버고(VIRGO)'와 '지오600(GEO600)'이라는 장비를 설치하고 미국과 비슷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도 직·간접적으로 중력파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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