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산] 차두리·손흥민의 눈물, 한국 축구 살찌울 자양분

정성래 입력 2015. 2. 1. 08:46 수정 2015. 2. 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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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시드니(호주)] 정성래 기자= 떠나는 자의 눈물과 목표를 이루지 못한 자의 눈물이 시드니를 적셨다. 그러나, 떠나는 자의 눈물 속에는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보고 떠난다는 안도감이 묻어 있었고, 떠오른 자의 눈물 속에는 다시는 이런 실패를 겪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이 모든 선수들의 눈물은 미래의 한국 축구를 더욱 살찌게 할 자양분이 됐다.

한국은 1월 한 달 간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에서 무실점 전승으로 결승까지 올랐지만 개최국 호주에게 1-2로 패하며 55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아쉬웠지만, 희망도 있었다. 특히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붉은 유니폼을 벗는 차두리와, 이번 대회를 통해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길 바랐던 손흥민의 눈물 속에서 한국 축구의 발전될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차두리, 아쉬움과 안심이 교차했던 뜨거운 눈물

35세의 노장 차두리는 대회 전부터 이 대회가 자신의 대표팀 경력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자신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고, 이는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경주마처럼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서양의 체구를 가진 호주 선수들도 그의 몸싸움과 주력을 당해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의 질주는 '55년만의 아시아 정상'이라는 결승 테이프를 끊지 못했지만, 유종의 미라는 표현으로는 너무나 부족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자신의 대표팀 경력을 마무리 지었다.

차두리는 떠나며 "오늘 경기를 본 사람들에게 우리가 한 팀으로서 얼마나 강하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다 같이 뭉쳤을 때는 우리가 얼마나 이기기 어려운 팀이라는 것인지를 보여준 것 같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실망을 준 팀이 이번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비록 졌지만 충분히 박수를 받고 감동을 줬던 경기라고 생각한다"라고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가 보여준 저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내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점쳤다. "오늘 같은 경기가 결국에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극마크를 달고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정신자세인 것 같다. 오늘 같은 경기가 매번 나와야 팬들도 감동하고, 한국 축구를 사랑하게 된다. 지더라도 한국 축구를 응원하게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대표팀이라는 곳은 특별한 곳이고, 특별한 선수들이 모여 있다. 국민들이나 축구팬들이 마음을 다해서 응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적이 날 수 없는 것이 대표팀이다. 후배들이 그것을 깨닫고, 항상 경기장에 나갈 때는 오늘 같은 경기를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나온다면 조금 더 앞으로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에이스' 손흥민의 아쉬움과 각오가 공존했던 눈물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 자리에 오르려 했던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득점과 울음을 동시에 터트렸다. 3골로 자신의 몫을 다 해냈지만, 팀이 설정했던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러나 에이스로서의 숙명과도 같은 '기대감'이라는 짐을 지고도 제 몫을 다해낸 손흥민은 이제 한국 축구에 없어서는 안될 보물이 됐다.

결승전 후 손흥민은 "나는 욕심과 승부욕이 많은 사람이다. 이걸 주체하지 못했다. (오늘 흘린 눈물은)누가 봐도 기쁨의 눈물은 아니었다. 경기에 대한 아쉬움, 형들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눈물이 났다. 아쉽다. 너무 아쉽다"며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어 "(몸상태가)계속 100%가 아니었다. 감기에 걸렸고, 회복에 시간이 있었다. 상대의 견제로 인해 타박상 등과 싸우는 등 항상 편한 몸상태가 아니었다. 선수로서 당연하지만 아쉽다"며 자신이 제 컨디션을 유지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손흥민은 분한 표정으로 다음 대회에서는 같은 실패를 겪지 않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드러냈다. 떠나는 차두리가 항상 마음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전한 승리에 대한 열정과 한국 축구에 대한 사명감을, 남은 손흥민이 이미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이들이 흘린 눈물은 한국 축구를 더 발전시킬 영양가 가득한 자양분으로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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