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죽었다던 한국축구, 다시 뛰기 시작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2015. 2. 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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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지난해 6월 말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탈락한 월드컵 대표팀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서는 전무후무한 소동이 일었다. 일부 팬들이 선수단을 향해 엿을 던졌다.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싸늘했다. 월드컵 직후 한국축구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냉담했다. 설상가상 '의리논란'에 휩싸였던 홍명보 감독의 재신임이 결정됐다. 들끓던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많은 팬들도 한국축구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변화의 기운이 감돌았다. 홍명보 감독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가 12년 만에 기술위원장으로 복귀했다. 한국축구는 새출발을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흔들렸다. 새 감독 선임 과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의 선임은 협상이 결렬됐다. 사령탑이 공석인 기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9월 평가전은 신태용 감독대행 체제로 치렀다. 신 감독대행의 목표는 '등돌린 팬들이 돌아올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감독대행 체제 아래 진행되던 9월 평가전 도중에야 새로운 사령탑이 선임됐다. 홍 감독이 물러난 뒤 두 달이 지난 뒤였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축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첫 걸음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모든 것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이후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챌린지(2부리그), FA컵, U리그(대학리그) 등을 직접 관전하며 선수들을 직접 찾아나섰다. 그리고 직접 관찰한 선수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대표팀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슈틸리케호는 첫 출항이었던 10월 파라과이전(2-0승)을 시작으로 코스타리카전(1-3패), 요르단전(1-0승), 이란전(0-1패) 등을 거치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과 장현수(24·광저우푸리) 남태희(24·레퀴야SC) 조영철(26·카타르SC) 등이 새롭게 대표팀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시안컵을 앞둔 최종 훈련시점에서는 동아시아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소집해 국내 최종훈련까지 거쳤다. 이후 아시안컵에 나설 23명의 최종명단이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이정협(24·상주상무)이 깜짝 발탁됐다. 한국축구에 불기 시작한 변화의 바람에 '정점'을 찍은 발탁이었다.

대회 초반에는 다소 부침을 겪었다. 오만, 쿠웨이트(이상 1-0승)와의 조별리그에서 아쉬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실패까지 겹쳤다. 우승 도전에 대한 시선 역시 부정적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나 슈틸리케호는 곧 중심을 다시 잡았다.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던 호주와의 조별리그를 기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후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 이라크와의 4강 모두 2-0으로 꺾었다. 이 과정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분위기는 뚜렷하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27년 만에 대회 결승전 무대도 밟았다. 부정적이었던 시선 역시 어느덧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55년의 한(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31일 저녁 대한민국은 축구로 하나가 됐다. 오랜만이었다.

국민들의 기대감을 아는 듯 선수들 역시 다리에 쥐가 나도록 뛰었다. 원정에서 치러지는 결승전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개최국 호주를 몰아쳤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추가시간에는 극적인 동점골까지 터뜨렸다.

다만 끝내 '시드니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장전반 막판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55년을 기다려온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도전도 다음 대회로 미루게 됐다.

그러나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었다. 그동안 논란의 여지가 없었던 과정,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을 향한 박수였다. 지난 한 달간 기쁨을 선사해준 대표팀을 향한 고마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때 '죽었다'던 한국축구 역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김명석 기자 hol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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