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식사시간에 특정 종교 기도시키면 아동학대?

입력 2015. 2. 1. 06:02 수정 2015. 2. 1. 14: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훈육과 학대의 경계는?..경찰 입건 사례로 보는 학대 "경찰 불러 혼내준다" "혼자 집에 가" "애들 자니 30분 있다 와야지"

훈육과 학대의 경계는?…경찰 입건 사례로 보는 학대

"경찰 불러 혼내준다" "혼자 집에 가" "애들 자니 30분 있다 와야지"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어린이집 교사가 식사시간에 아이들에게 특정 종교의 기도를 시켰다면 이는 훈육일까 학대일까?

정답은 학대다.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금지 항목 중 '보호자의 종교행위를 강요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아동복지법은 직접적인 폭행이나 욕설뿐만 아니라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다양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한다.

사람에 따라 훈육이나 사소한 실수로 여길 수도 있는 행동 중 상당수가 법적으로는 엄연한 학대에 해당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보육교사들이 학대라는 의식 없이 학대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의정부 지역 어린이집 교사 500여 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와 사법처리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실제 입건된 사례들을 바탕으로 담당 경찰관이 설명하는 것이어서 관심이 높았다.

◇ '경찰 아저씨 불러 혼내줄 거야!'…아이가 위협 느끼면 학대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정모(34·여) 교사는 돌보던 5살 남자아이에게 "오늘은 집에 안 데려다 줄 거야, 너 혼자 집에 가라"는 말을 했다. 아이는 겁에 질렸다. 물론 실제로 아이를 혼자 보내지는 않았다.

또 다른 보육교사는 아이 3명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너네! 자꾸 이러면 경찰 아저씨 불러서 혼내줄 거야!"라며 소리를 질렀다.

두 교사는 아동복지법상 정서 학대의 언어적 폭력행위로 입건됐다.

또 7살 남자아이가 밖에서 놀다 수업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밖으로 쫓아낸 보육교사도 '정서적 위협행위'에 해당해 입건됐다.

신체적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어린이들에게 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찰을 부르겠다.', '집에 너 혼자 가라'는 말이 성인이 듣기에는 비현실적이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협박일 수 있다고 아동 전문가들과 법은 판단한다.

실제 때리지 않더라도 '맞을래?'라며 물건을 들고 위협하는 것 역시 학대에 해당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애들 재우고 30분만 볼일 보고 올까'…엄연한 방임

방임이나 유기는 무심코 일어나기 쉬운 흔한 형태의 학대다. 짧은 시간이라도 어린 아이를 혼자 놔두는 행동은 방임에 해당해 주의가 필요하다.

보육교사 이모씨는 만 1세 아동 4명을 낮잠 재웠다. 보통 아이들이 잠들면 1시간 이상 자기 때문에 40분 동안 자리를 비우고 볼일을 보고 왔다.

아이들 잠이 깨기 전에 볼일을 마치고 돌아왔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씨는 아동복지법상 '물리적 방임'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어린이집 원장 오모씨는 만 8개월 된 아이를 부모가 데리러 오지 않자 부모가 운영하는 모텔에 직접 찾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아이를 카운터 직원에게 맡기고 어린이집으로 돌아온 원장도 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시간과 관계없이 보호자가 아이를 방임 및 유기하는 것은 아이를 심각한 위험에 노출 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엄연한 학대다.

아이의 학교 준비물을 챙겨주지 않는 등 교육 의무를 소홀히 하는 `교육적 방임', 예방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의료적 방임'도 모두 학대에 해당한다.

◇ 어린이집 교사들…'더 조심해야겠다'

위의 사례처럼 상대적으로 경미한 학대의 경우 법원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가벼운 벌금형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미한 학대라도 상습적이면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이나 어린이집 폐쇄 같은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아동학대는 민감한 문제라 소문이 나면 학부모들이 발길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설명회에 참석해 사례와 설명을 들은 어린이집 교사들은 착잡한 반응이었다.

어린이집 원장 A(49·여)씨는 "원장들은 대부분 학대와 훈육의 차이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젊은 교사들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무심코 한 행동이 학대일 수 있다는 점을 잘 교육시켜야 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여건이 정말 열악한데 갈수록 우리가 져야 할 짐이 더 무거워 지는 것 같다"며 탄식하기도 했다.

교사 B(31·여)씨는 "혼자서 여러 아이를 장시간 돌보다 보면 가끔 욱할 때가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때 실수하면 큰일 나니 더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 학대와 훈육 혼동하는 교사 많아…정서 학대도 심각 인식 필요

전문가들은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 이렇게 무심코 한 학대가 물리적 폭력만큼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정부경찰서 아동·학교폭력 팀장 이정삼 경위는 "정말 악의적인 학대도 있지만, 교사들이 훈육 차원에서 한 일이나 사소한 부주의가 학대행위로 판정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행동도 엄연한 학대라는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서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나중에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거나 나쁜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 등 보호자들이 학대가 될 수 있는 행동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jhch793@yna.co.kr

아내 살해한 뒤 출소한 50대, 형수 살해 혐의로 붙잡혀
'땅콩회항' 박창진 사무장 50여일만에 업무복귀
'크림빵 뺑소니' 사건 제보 보상금 누구에게 가나
휘트니 휴스턴 딸, 엄마처럼 쓰러진 채 욕조서 발견
IS 희생 일본인 모친 "아들은 전쟁없는 세상 꿈꿨다"

▶ 뉴스를 보고, 여론이 궁금할 때 - 뉴스와 폴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