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홀로 '어른' 막은 '아이' 김진수, 누구도 그를 욕할 수 없다

김현섭 입력 2015. 2. 1. 00:21 수정 2015. 2. 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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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좌절할 필요 없다. 혹독하지만 성장통일 뿐이다.

31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의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연장전반 15분. 두번째 골을 터뜨린 호주의 제임스 트로이시(28·SV 쥘터 바레험)가 선수들과 얼싸 안고 기뻐할 때 반대쪽에선 한국 선수 한 명이 주먹을 부르르 떨며 잔디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한국의 풀백 김진수(23·호펜하임)였다. 한국의 아시안컵 55년의 한을 풀어주지 못할지 모르는 이 골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에 그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176㎝의 김진수에겐 너무 가혹했다. 자신보다 13㎝나 크고 덩치도 월등한 189㎝의 거구 토미 유리치(24·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 FC)가 우리 골문 오른쪽 진영을 파고 들었을 때 김진수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아이가 어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듯 끈질기게 유리치를 괴롭혔다.

중앙의 수비수들은 김진수를 도와주지 않았다. 협력 수비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존 디펜스를 감행했다. 김진수는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유리치와 거세게 공 다툼을 하며 10초 가까이 버텼다. 보다 못한 손흥민이 달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유리치는 김진수를 제쳐낸 후 중앙으로 크로스를 보냈고, 이는 얄궃게도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의 손을 맞고 달려오던 트로이시가 차기 딱 좋게 튀어 나갔다.

그는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 8강 전에서 손흥민의 결승골을 돕는 절묘한 크로스의 주인공이었다.

이어진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는 이정협(상주)의 선제 헤딩골을 돕는 기막힌 프리킥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진수는 이번 대회에 나선 태극전사 가운데 유일하게 조별리그 전 경기와 8강, 4강전, 결승전까지 풀타임을 소화하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김진수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직전 발 부상으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면서 아쉬운 순간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광종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태극마크를 다시 단 김진수는 붙박이 왼쪽 풀백으로 맹활약하면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큰 힘이 됐다.

상승세를 이어간 김진수는 마침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고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성공시대를 예고했다.

김진수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조별리그 경기부터 왼쪽 풀백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전 경기 연속 풀타임을 치러내 슈틸리케호의 '숨은 황태자'로 조용히 자기 몫을 다했다.

김진수는 결승전을 앞두고 "평생 한 번 찾아올 기회다. 죽을 각오로 뛸 준비가 돼 있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비록 눈물을 흘렸지만 그의 도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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