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와 나영석이 공동작품을? 사건의 전말

2015. 1. 31. 14: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태호 개론 6편] 그의 첫 작품 '그네 야구', 360도 결합의 출발

[오마이뉴스 이정환 기자]

2005년 4월 23일 <무한도전>이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한국 방송 환경을 감안하면, 한 예능 프로그램이 10년 가까이 생존한다는 것은 분명 드문 일입니다. 같은 PD가 9년 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 또한 놀랍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무한도전> 10주년을 맞아 김태호 PD를 통해 살펴봅니다. 김태호 개론 5편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말>

노홍철

: "잠을 안 재워! 잠을 안 재워∼"

박명수

: "싸다고 너무 쓰네, 싸다고 너무 써. 몇 명을 써?"

조혜련

: "잘 생긴 사람 나왔으면 좋겠다."

박명수

: "나오겠니? 나오겠니, 여기? 잘 생긴 사람이? 아이그…. 답답하다, 아주 그냥

…. 너 같으면 나오겠니? 이 새벽에? 우리나 되니까 나오는 거지. 누가 나오겠니, 여기."

김태호의 <무한도전>이 날갯짓을 처음 시작한 날이었다. 2005년 10월 29일, <무한도전> 시즌2, <무리한 도전> 첫 방송이 방영됐다. 다소 쌀쌀했을 어느 가을 날 아침 일찍, 서른 셋 청년 유재석은 내복 바람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싹 벗겠다"고 씩씩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김태호가 선택한 첫 번째 도전 과제는 그네 야구였다.

결합 또는 갖다 붙이기

2005년 10월 29일 첫 방영된 <무리한 도전>의 한 장면

ⓒ MBC

김태호는 <무한도전> 첫 연출에서, 하필 왜 그네와 야구를 결합시킨 걸까? 창의성의 고전적 정의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로 연관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두 개의 대상을 강제로 결합시키는 것", <창의성의 발견> 저자 최인수 성균관대 교수의 글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은 학문과 학문, 작게는 주제와 주제 사이의 경계 영역에 있었던 '주변인'이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생리학과 심리학, 다윈은 지질학과 생물학 사이에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훌륭한 과학자이자 기술자이기도 했다. 주변인일수록 결합이란 문제에 더 개방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그 결합의 '생사'가 곧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전의 다른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고마움을 표한다. 나는 지금 사용하는 언어나 수학을 고안하지 않았다. 내가 먹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도 거의 없으며 내가 입는 옷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올라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 준 사람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2011,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결합이란 단어보다는 '갖다 붙이기'가 오히려 친근할 수도 있겠다. 최근 <에디톨로지>란 책을 내놓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라며 "일종의 짜깁기"라고까지 표현한다.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운은 "창조의 개념에 거품이 있다, 마치 창조를 보통 사람들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만든다"며 이렇게도 말한다.

"이 얘기하고 저 얘기가 전혀 다른 이야긴데 둘을 갖다 붙이면 재미있어져요. 말도 안 되는 걸 갖다 붙이는데, 갖다 붙이면 다 말이 돼. 갖다 붙이는 것도 실력이에요."(2014년 12월 여성조선)

<무한도전>의 360도 결합 '시전'

2005년 10월 29일, <무한도전> 시즌2, <무리한 도전> 첫 방송이 방영됐다. 김태호 PD는 첫 도전 과제로 '그네 야구'를 선택했다

ⓒ MBC

<무한도전>의 역사가 꼭 그러하다. '어린 명수의 꿈'이란 동화 애니메이션을 예능에 접목한 것은 일찌감치 <무리한 도전> 시절이었고, 2006년 월드컵 때는 토고 응원단과 무한도전 응원단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결합시켰다. '무한뉴스'로 유재석과 나경은의 결혼 소식을 전하는가 하면, 손석희 대신 유재석을 갖다 붙여 100분 토론도 벌였다. 결합의 역사는 이외에도 많다.

<무한도전> 멤버 매니저들을 촬영장으로 불러내 카메라 밖 일상을 폭로하게 만든 것이 음지와 양지의 결합이었다면, 정준하를 야구장에 등장시킨 것은 '타인의 삶'과의 결합이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멤버들을 차세대 리더 선거에 출마시킴으로써 진짜 선거 못지 않은 예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추격전이란 영화적 장치를 결합한 예능 프로그램 또한 <무한도전>이 최초였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포스터에서 착안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고 써 있기에 '우린 저 세 놈 다 있는데. 저기다가 세 놈만 더 넣으면 되겠네?' 싶었다. 그래서 돈 가방을 주고 시작했다. 예능은 치밀하게 규정지어 놓으면 흐름상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일단 300만 원 놓고 시작했다. 이기는 사람 주겠다고 했더니 평소와 너무나 다른 모습과 열의를 보이더라. (웃음) 다른 장치 없이 알아서 자연스럽게 내러티브가 생성되었다. 그러다가 메시지도 좀 넣어보자 해서 나온 게 '여드름 브레이크'였다."(2013년 2월 19일, 씨네21, 윤종빈 감독, 김태호 피디를 만나다)

그런가하면 <무한도전>은 다른 방송과의 경계도 과감하게 허문 프로그램이다. 홈쇼핑 방송은 <무한도전>에 와서 '무도 품절남 컬렉션'이, SBS의 <짝>은 <무한도전>에 와서 '짝꿍'이 됐다. 하하의 군대 전역을 기념해서는 KBS 드라마 <공부의 신>을 '예능의 신'으로 갖다 붙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경계 허물기는 사실 출연자들조차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다.

박명수의 한 마디 "아니, UN 방송이에요?"

2006년 3월 25일 방영된 <무한도전> MT 특집의 한 장면

ⓒ MBC

유재석

: "저희가, 다른 방송에서 하는 코너지만, 저희들이 살짝 양해를 구하고, 잠깐 좀 빌려와서, 저희들이 이 MT 분위기를 내는 게 어떻습니까? 바로 그 옆 방송국에서 일요일날 하는 그 게임이죠? 이걸 계속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잠깐 좀 한 번만 빌려서, 양해를 구하고."

하하

: "저쪽 방송에도 '아하' 한 번 빌려주면 되잖아요."

유재석

: "그래요. 저희 것도 만약 쓰실 의향 있으시면 잠깐 한 번, 잠깐, 쓰셔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저희도 잠깐만 좀 쓰겠습니다. 거기서는 쥐를 잡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들은 똑같이 하기는 좀 죄송하니까, 멸구 잡자, 멸구 잡자."

"방송사 간 벽 허문 역사적 순간"이라는 자막과 함께 2006년 3월 25일 등장한 'MT 특집'의 한 장면, 당시 KBS 2TV <해피 선데이>의 '여걸 식스'의 쥐잡기 게임을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너스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무한도전>은 '공포의 쿵쿵따'는 물론 SBS <일요일이 좋다> 'X맨'의 '당연하지'를 '물론이지'로 갖다 쓴다.

그러다 터진 박명수의 한 마디가 "아니, UN 방송이에요?"였다. 박명수의 자못 황당하다는 투의 리액션은 그때만 해도 당연한 것이었다. <무한도전>식으로 타 방송사 소재를 빌려쓰는 자체가 '금기'에 해당하는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신앙이나 관습 등으로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함, 국어사전의 금기다. 창의적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꺼이 뛰어넘어야 하는 '선'이 또한 금기임에 분명하다.

김태호가 나영석에게 한 제안은?

나영석 PD. 사진은 지난 1월 9일 tvN <삼시세끼 어촌편> 제작발표회 당시 모습.

ⓒ 이정민

김태호의 '뛰어넘기'는 말 그대로 종횡무진, 실패작도 결합 대상이었다. 2010년 5월 29일 방영됐던 '인도 여자 좀비'편은 실패작 셋의 결합이었다. 김태호는 한 특강에서 "시청자들이 최악(Worst)의 <무한도전>으로 3위에 여성특집, 2위 인도 특집 그리고 1위 좀비 특집을 꼽으며 아쉬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라면서 "그래서 액땜을 해야 할 것 같아 3개를 합쳐 보니 '인도 여자 좀비'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 <하모니>를 보고 나서는 이런 생각도 했단다.

"거제도 합창대회를 준비하다가 영화 하모니를 보고 형돈이와 생각한 게 있었어요. 영화에서는 여죄수가 나왔으니 우리는 '방송계에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들을 모아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합창을 해보자', '그래서 나타나는 파장은 그들의 몫이야',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나가기도 했고, 우리가 선배인 입장인데 그렇게 하면 잡음이 날 것 같아 아쉽지만 접었죠."(2011년 4월 5일 <아레나> 5주년 A-Talks)

PD 대신 영화감독이 <무한도전>을 만드는 것도 그에게는 '금지된 장난'이 아니다. 류승완 감독에게 실제로 제안도 했었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류 감독에게 말씀드렸더니 버라이어티를 할 자신은 없고 <무한도전>팀을 데리고 종일 찍으면 10분 짜리 단편은 나오지 않겠냐고 하더라"며 "그 제작 과정의 메이킹을 만들면 충분히 협업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나영석 PD와의 결합을 시도한 적도 있다.

"직접 얼굴은 못 뵙고, 전화 통화는 했었어요. 그분은 <1박2일>을 끝낼 때쯤이었고, 저는 한참 막 <무한도전>을 열심히 할 때였죠. 가끔 네티즌들이나 재밌게 상상하시는 분들이 '아, <1박2일>이랑 <무한도전>이랑 같이 하면 참 좋겠다', 이런 상상들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하면 현실화해볼까, 전화통화를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두 PD의, 그냥, 재미있는 통화로 끝났어요. 방송국이라는 시스템이 또, 각자 입장이 있잖아요."(2013년 10월 11일 SK텔레콤 주최 멘탈붐업 프로젝트 '무한 톡' 콘서트)

그네 야구의 '위기'

2005년 10월 29일 첫 방영된 <무리한 도전>의 한 장면

ⓒ MBC

여기서 커피 한 잔... 앞서 이야기들 잠깐 정리하고 넘어가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창의성이 움트기 쉽다. 물론 어디까지나 'Can'의 의미다. 좋아하는 일의 선택이 'Must'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창의성이 발현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야만 한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발품'을 팔아야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머리가 돌아간다.

머리가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의도적으로라도 만들어 즐겨야 한다. 동시에 귀를 열어야 한다. 남의 말에도 나의 아이디어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고독과 경청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창의력은 곧 삶이 만들어내는 힘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표현을 빌리면 창의력은 물리적(Physical)인 것이 아니라 화학적(Chemical)인 것이다. 그 화학적인 힘은 대부분, 남들이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결합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결합은 대중들에 의해 또는 사회에 의해 '유용성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

김태호와 <무한도전>이 처음 선보인 결합의 '날갯짓', 그네 야구는 그 심판대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무리한 도전>은 <무모한 도전>의 길을 걷는 듯했다. 그 후 이어진 '인간과 말의 달리기'나 '소방차와 불끄기 대결' 등은 앞서 시즌1 시절과 별 차이가 없는 도전이었다. 뜨거운 더위 속에 연탄을 옮겨 쌓던 차승원 편만큼의 '대박'도 없었고, 시청률 역시 앞서와 별 차이가 없었다.

'5회 정도 밖에 못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김태호의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 팀이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도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그러자, 김태호는 징계를 먹을 각오를 하고 스스로 위험에 뛰어든다. 창의적인 사람의 강력한 특성이 포착되는 순간이었다.

* 김태호 개론 7편으로 이어집니다.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