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그깟 과자 한 봉지가 뭐기에"..달콤한 유혹이 바꾼 대한민국의 일상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여전히 귀하신 몸이다. 열풍이 한풀 꺾였다지만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달콤한 감자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영원할 것 같았던 짭조름한 감자칩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해 품귀 현상까지 빚은 달콤한 감자칩. 거짓말 조금 보태 단군 이래 과자 하나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도대체 그깟 과자가 뭐기에 온 나라가 들썩이나 싶으면서도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가 된 탓에 한참이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의 행적은 좀처럼 노출되지 않았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이 잡듯 뒤져 노란 봉지가 번뜩여 반가이 다가가 보면 경쟁업체들의 유사 제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순식간에 동이 난다"는 대형마트 직원의 친절한 설명도 별다른 위안이 되지 않는다.
노란 봉지를 사정없이 껴안거나 이로 깨무는 포즈를 취하며 SNS에 보란 듯이 인증샷을 올리는 일부 연예인과 이름 모를 이들에게 애써 태연한 척 해봐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인터넷에서는 웃돈을 붙여서 팔겠다는 글을 올린 뒤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아예 엉뚱한 과자를 보내는 잇단 사기 행각은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친숙하지도 않은 프랑스산 버터인 '고메버터' 맛도 이런 맛일까.
꿩대신 닭인가. 유사한 일본 제품을 직접구매(직구)하거나 경쟁사가 앞 다퉈 내놓은 새로운 제품에 눈을 돌려보기도 한다. 아예 직접 만들어 먹는 웃지 못 할 진풍경까지 펼쳐진다. '돈이 있어도 못 사는 과자'라 부르는 이유를 새삼 실감한다.
다른 과자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왠지 채워지지 않는 이 허전함은 무엇일까.
본의 아니게 '한정판(?)'이 돼버린 달콤한 감자칩의 가치가 과대 포장되고,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욱 증가한 탓이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급되는 물량은 한계가 있는데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아직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제품의 질이 뛰어날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게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이어 "품귀 현상으로 구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맛을 봤다거나 인증샷 등을 올리는 등 일종의 과시행위들은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게 된다"며 "모든 사람이 다 공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하기 힘든 한정판 과자를 맛 본 극소수의 무리에 끼어야지 비로소 만족감을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장 증설밖에는 답이 없으면서도 비슷한 아류작인 '허니통통'과 '자기비 허니 마일드'를 대안이라고 내놓은 해태제과와 유사제품들을 줄줄이 쏟아내는 다른 제과업체들만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법하다.
무슨 과자가 맛 한번 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돈 좀 벌어보려는 제과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에 애꿎은 소비자들만 '봉'이 되는 건 아닐는지.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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