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이슬람의 잔 다르크' 알리샤위 .. IS, 알카에다와 화해 카드로

전수진 입력 2015. 1. 31. 01:20 수정 2015. 1.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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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으로] 얽히고설킨 중동 테러조직라덴에 충성한 알자르카위 죽자알카에다 이라크지부가 IS로 독립알리샤위, 알카에다 대원 때 테러10년 지난 현재 IS 소속으로 바뀌어"여성 지하디스트 모범" 양측 다 추앙공통분모 내세워 관계 개선 속셈

2005년 11월 9일 요르단 수도 암만 중심부의 래디슨 호텔 결혼식장. 혼인 서약을 마친 신부 나디아 알알라미는 아버지를 보며 미소 지었다. 무뚝뚝한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신부는 화를 면했지만 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자살 폭탄 테러였다. 아버지를 포함해 식장에 있던 60여 명이 사망했고 9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테러는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의 부부 테러리스트 소행이었다. 윗옷 속에 폭발물이 장착된 조끼를 입고 폭파 스위치를 손에 쥔 이들은 서양인들의 관광 명소인 이 호텔을 범행 장소로 찍었다. 결혼식장을 택한 건 호텔 안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객 사이에 섞여 있던 자폭 테러범 알리 후세인 알슈마리는 즉사했지만 그의 부인 사지다 알리샤위는 폭파 스위치가 오작동해 목숨을 건졌다. 알리샤위는 혼비백산한 하객들 사이에 섞여 호텔을 빠져나왔지만 곧 체포됐다. 그는 기자들에게 폭탄장치를 보여주며 "결혼식장엔 여성과 아이들도 보였고, 남편과 함께 식장에 자리를 잡았다"고 진술했다. 요르단 재판부는 이듬해 9월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10년째 복역 중인 알리샤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 25일 2억 달러(약 2200억원) 몸값 요구를 철회하며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와 알리샤위의 맞교환을 요구하면서다. IS가 알리샤위를 "감옥에 갇힌 자매"라고 부르며 석방을 요구한 이유는 뭘까. 이 배경엔 IS와 알카에다의 얽히고설킨 애증관계가 숨어 있다. 알카에다가 잔인한 행보를 보여온 IS를 "지옥 불구덩이의 개"라며 조직에서 쫓아냈지만 둘 사이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다.

 IS가 알리샤위의 석방을 요구한 이유는 알리샤위가 소속된 알카에다 이라크지부가 2006년 이후 독자 노선을 걸으며 IS가 됐기 때문이다. 알카에다 소속으로 잡힌 알리샤위가 지금은 IS 소속인 셈이다. 그러나 IS가 10년간 묻혀 있던 알리샤위 카드를 이 시점에 꺼낸 데는 동료를 구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알리샤위는 IS뿐 아니라 알카에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알리샤위의 석방 요구를 통해 알카에다와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AP 등 외신에서 제기된다. 알리샤위 석방 요구는 IS에 일석이조의 노림수인 셈이다.

 알리샤위는 어떤 존재일까. 그의 가족 배경에 답이 있다. 알리샤위에겐 세 명의 남자 형제가 있었는데, 이 중 알카에다 이라크지부의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의 최측근도 있다. 알자르카위는 2004년 고(故) 김선일씨 납치·참수 테러를 지휘한 인물이다. IS의 원류는 2004년 이라크에서 생겨난 '유일신과 성전(聖戰)'이라는 뜻의 '자마야트 알타위드 왈지하드'라는 단체다. 이 단체를 이끌던 알자르카위가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알카에다 이라크지부로 이름을 바꿨다. 알카에다의 상징적 존재인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알자르카위의 최측근 여동생인 알리샤위의 의미는 알카에다에게도 클 수밖에 없다.

 알리샤위가 테러에 가담하게 된 배경은 그 존재의 의미를 더 키운다. 알자르카위의 오른팔을 포함한 남자 형제 세 명이 모두 2004년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하자 평범한 주부의 길 대신 복수를 다짐하며 테러리스트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알리샤위가 알카에다와 IS 모두에 "잔 다르크 같은 존재"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인 교수는 "알리샤위는 본인이 굳이 테러에 가담하지 않아도 되는데 남편과 함께 자폭 테러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여성 지하디스트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와 IS의 협력 신호는 지난 27일(현지시간) 10명의 희생자를 낸 리비아 호텔 폭탄 테러에서도 읽힌다. IS 리비아지부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알카에다 조직원인 아부 아나스 알리비가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간차를 두고 발생한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와 유대인 식료품점 테러에서도 이들의 협력 가능성이 읽힌다.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을 공격해 편집장을 포함한 12명을 사살한 알제리 출신 프랑스 이민 2세인 사이드 쿠아치와 셰리프 쿠아치 형제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지시로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AQAP는 예멘에 본거지를 둔 알카에다의 지부다. 사살되기 이전 이들은 "AQAP로부터 임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형제는 예멘에서 테러 훈련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프랑스 파리 동부 뱅센의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인 세네갈 출신 이민 2세 아메디 쿨리발리는 "쿠아치 형제를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범행 전 촬영한 동영상에서 "나는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서 쿨리발리는 "알카에다와 IS가 이번 테러를 금전적으로 지원했고 전략적으로 협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IS와 알카에다의 관계 복원을 위해선 아물어야 할 상처가 있다. 둘의 공통분모인 알자르카위가 미군 공격으로 사망한 2006년 이후 IS의 새 지도자가 된 알바그다디는 조직명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바꾸고 '칼리프 제국(caliphate)'을 선포하며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한다. 시아파가 주축이 된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를 탄압하면서 수니파 군경 및 젊은이들이 IS에 합류하면서 힘을 얻는다.

 2011년은 IS에 분수령이 되는 해였다. 3월엔 시리아 내전이 발생했고 5월엔 빈라덴이 미군에 사살되며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이끄는 알카에다 2세대가 시작된다. 그해 말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다. IS는 내전을 틈타 시리아로 영역을 확장한다. 알바그다디는 심복 아부 무함마드 알골라니를 시리아로 보내 알누스라전선을 만든다. 이때부터 갈등의 씨앗이 싹튼다. 알골라니는 알누스라전선을 알카에다 시리아지부로 운영했지만 알바그다디가 2013년 "알누스라전선은 우리로부터 파생된 조직이므로 통합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알골라니는 알카에다 지도자인 알자와히리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알자와히리는 알바그다디에게 "알카에다의 이라크지부로 남을 것"을 명하며 알누스라전선은 알카에다의 시리아지부로 남으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알바그다디는 이를 거부한다. 내친김에 알누스라전선의 본거지인 시리아 북부 라카까지 점령했다. 알자와히리는 IS는 알카에다 조직이 아니라고 파문을 선언한다. 그러나 이후 IS는 기세를 더 올려 시리아 북부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까지 점령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IS와 알누스라전선의 화해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영국 가디언은 "알누스라전선 중 상당수가 IS와 화해를 한 걸로 보인다"며 알누스라 대원들이 IS와 손을 잡으면 IS로서는 천군만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갈등의 역사도 있지만 둘에겐 미국을 비롯한 '공공의 적'과 수니파 원리주의라는 공통점도 있다. 인 교수는 "IS와 알카에다는 경쟁관계지만 협력도 해왔다"며 "양측이 협력하는 건 악몽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S BOX] BBC는 IS, CNN은 ISIS, USA투데이는 ISIL … 명칭 왜 다를까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를 억류했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지칭하는 용어는 나라와 매체마다 다르다. 본지를 포함한 국내 언론과 영국 BBC는 'IS'라고 표기하는 반면 CNN은 'ISIS', 텔레그래프·USA투데이는 'ISIL'이라고 쓴다. 같은 단체를 부르는 이름이 여럿인 기현상은 IS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2004년 '유일신과 성전(聖戰)'이라는 뜻의 '자마야트 알타위드 왈지하드'라는 단체로 출발한 IS는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로 변신했다. 그러나 2006년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사망한 뒤 새 지도자가 된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독자 노선을 걷는다. '이라크이슬람국가(ISI)'로 개명한 후 2013년 시리아로 영역을 넓히고 '칼리프 제국(caliphate)'을 선포한다. IS는 이슬람의 예언자 마호메트 사후 건설된 칼리프 국가의 재건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 무렵 시리아까지 영역을 확장한 IS를 이르는 말로 ISIL과 ISIS가 등장한다. 두 이름이 혼용된 데는 시리아·레바논·요르단 지역의 옛 지명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을 통틀어 '샴(Sham)'이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이라크·샴 이슬람국가'라고 하는 경우엔 'ISIS'로, 이 지역의 문화적·역사적 배경을 가리키는 용어인 '레반트(Levant)'를 쓰면 'ISIL'로 칭한다.

 그러나 이들 명칭엔 '국가(State)'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 단체의 의도대로 이들을 '국가'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9월 "이 단체는 '국가'가 아니다. 단지 테러단체일 뿐"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 단체의 아랍어 이름 머리글자인 '다에시(Daesh)'라고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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