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수출 엔진'..한국경제 올해도 만만찮다

2015. 1. 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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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특집/2015 경제 전망]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로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가 밝힌 숫자는 전기 대비 0.4%. 9개 분기 만에 최저치로, '세월호 참사'로 민간 소비가 급감했던 2분기 성장률(0.5%)보다 낮은데다 한은 전망치(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 쇼크'였다.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도 재정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었다.

이 총재는 4분기 성장률 둔화에 대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 따른 통신 분야 소비 감소를 제일 먼저 꼽았고, 다음으로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 지출 부진으로 인한 건설투자 급감을 들었다. 이 총재는 올해 1분기부터는 국내 경제가 세계 경제 회복세와 국제 유가 하락, 확장적 재정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한은이 '2014년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치)' 자료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4%에 그친 가장 큰 원인으로 이 총재의 설명과는 달리 수출 부진을 지목했다. 실제 수출은 지난해 3분기(-2.2%)에 이어 4분기(-0.3%)에도 뒷걸음질했다. 정 국장은 이 총재처럼 세수 부족에 따른 건설투자 급감을 성장률 급락의 두번째 원인으로 꼽았지만, 추가적인 분석 결과 단통법이 성장률 둔화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국장의 설명이 주목되는 건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는 수출 부진이 4분기 성장률 둔화의 핵심적인 배경이라는 점이다.

불안한 수출전선작년 수출, 세계교역 증가 밑돌아2001년 이후 13년만에 첫 역전가공무역 퇴조 등 구조적인 문제올해 수출 전망치도 좋지 않아내수회복 불투명소득정체·부채급증 탓 지갑 닫아주택경기·저유가 효과도 불확실민간기관 성장률 전망 낮춰 잡아올 성장률 2%대로 떨어질 수도

한은은 지난 15일 이 총재 기자회견 뒤 '2015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10월 전망치(3.9%)보다 무려 0.5%포인트나 낮은 3.4%로 전망했다. 정부의 전망치(3.8%)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도 올해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주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경제 회복 속도는 지난해 10월 전망과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분기별로 전기 대비 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분기별 전기 대비 성장률(평균 0.7%)보다 높은 수치다. 한은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나 낮추면서도 회복 속도는 지난해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경기 개선 효과와 미국의 성장세 확대 등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높일 요인으로 한은은 꼽았다.

하지만 한은의 이런 전망이 실현되기에는 변수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부터 뚜렷해지고 있는 수출 부진이 지난해 4분기 성장률 급락의 주요 요인이 된 것처럼, 올해도 수출이 성장률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해온 수출의 기여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은 전년보다 2.2%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세계교역 증가율 전망치(3.3%)보다 1.1%포인트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세계교역 증가율보다 낮아진 것은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져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은 2001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2000~2007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13.4%로 세계교역 증가율(7.3%)의 2배에 이르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달라져 2012년과 2013년에는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과 세계교역 증가율의 격차가 1%포인트대로 좁혀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역전이 됐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은은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해 10월(5.5%)보다 무려 2.1%포인트나 낮춘 3.4%로 제시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세계교역 증가율(5.0%)보다 1.6%포인트 낮은 것이다.

한은은 이런 수출 부진의 배경에 글로벌 경제의 구조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선진국 경기 회복세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인해 최종재 수출이 부진을 겪고 있다. 또 선진국 기업들이 제조 거점을 본국으로 옮기면서 한국, 중국,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 수출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글로벌 가치 사슬'이 약화한 게 중간재 수출을 위축시켰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원재료를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 가공무역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높여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인 중국이 내수 위주 성장과 가공무역 억제 정책을 펴면서 기존의 수출 공식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성장 기여도는 수출(1.2%)보다 내수(2.2%)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내수의 기반이 되는 민간 소비도 소득 정체와 가계부채 급증으로 크게 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민간 소비 증가율을 2.6%로 전망했는데, 이는 10월 전망치(3.5%)보다 0.9%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민간 소비가 너무 안 받쳐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엘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도 수출 주도의 경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 그나마 내수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은 저유가 효과와 주택경기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며 "저유가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늘고 기업 생산비용도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되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 리스크가 긍정적 효과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도 소비 및 투자심리 부진 장기화와 중국·유로 지역의 성장세 회복 지연 등을 하방 리스크로 꼽으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지난해 10월 전망 때보다는 커졌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3.4%로 전망하면서, 과거 예측 오차를 고려한 전망구간은 2.6~4.2%로 제시했다.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민간기관의 성장률 눈높이는 한은보다 더 낮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9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0%로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9%로 전망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와 투자에 걸친 내수 전반의 하방 위험 현실화 및 상반기 수출 부진 심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예상하는 성장 경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향후 한은 경제전망이 추가로 하향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낮췄다. 한은 전망치보다는 0.1%포인트 높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은 이 같은 전망에 작지 않은 하방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세 둔화와 유로존 경제의 장기 침체로 인해 전망의 전제인 세계 경제 성장률(3.8%)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올해 성장률이 3.5%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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