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숨바꼭질?' 박태환 대책 회의, 씁쓸·허무한 해프닝

2015. 1. 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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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수영 스타 박태환(26)의 도핑 양성 반응 파문에 대한 대책 회의가 열린 서울 송파구 스포츠인권익센터. 이날 회의에는 대한체육회 조태욱 스포츠과학부장, 강래혁 법무팀장, 김동권 대한수영연맹 회장 등 관계자들이 모였다.

여기에 박태환의 소속사 팀GMP 관계자도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박태환의 누나이자 소속사 마케팅팀장과 매니저가 회의에서 입장을 밝히고 향후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수영 스타인 데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 금지약물 관련 사안인 만큼 30여 명 취재진도 몰렸다.

하지만 예정된 낮 12시 30분이 훨씬 넘어서도 팀GMP 관계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짝 촉각을 곤두세우던 사진, 방송 촬영 취재진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렌즈를 곧추세웠다가 다른 사람이 나타나자 김이 샌 듯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체육회는 일부 언론의 요청이 있었다며 회의 장면을 잠깐 공개하겠다는 메시지를 회의 시작 2시간 전 기자단에 돌렸다. 회의 시작 때 모습을 촬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취재진이 적잖게 몰렸고, 이에 놀란 팀GMP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리면서 회의는 1시간 반 넘게 지연됐다. 체육회 관계자는 "당초 비공개로 하기로 한 터라 소속사 측에서는 취재진이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면서 "권익센터 근처로 와서 이런 상황을 알렸다"고 밝혔다.

일부 매체에서는 팀GMP 관계자들이 이날 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팀 GMP 측은 사진, 촬영기자는 물론 취재기자들까지 완전히 빠져야 회의에 오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결국 원래 예정보다 2시간 가까이 지난 뒤에야 회의가 시작됐다.

▲전시 행정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이 중요

이번 사태를 놓고 체육회와 연맹이 얼마나 어설프게 대응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해프닝이다. 일단 박태환의 금지약물 적발은 기왕에 밝혀진 사실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정한 최상위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을 보인 만큼 징계는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 최대한 자격 정지 기간을 줄이는 일이다.

박태환은 오는 2월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릴 FINA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여기서 최대한 어필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 회의를 공개하는 것은 박태환에게 결코 득이 될 수 없다. FINA 역시 박태환과 체육회 등의 동향을 엄밀히 체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체육회와 연맹 측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기왕 선수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 비난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가 안쓰러울 정도다. 한 관계자는 "당초 비공개였는데 윗선에서 공개하자는 쪽으로 갑자기 지시가 내려왔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접근은 애초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 결국 대책 회의 후 예정됐던 연맹 측의 브리핑도 취소됐다. 1시간 10분 가량 진행된 회의 후 체육회 관계자는 "대책 회의 브리핑 자체가 청문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박태환 측에서 요청해왔다"면서 "또 이 시간 이후 대책 회의 공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환 소속사 측의 행보도 딱히 칭찬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애초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은 소속사가 금지약물 주사를 놓은 병원 측을 검찰에 고소하면서부터였다. 누구나 알 만한 금지약물을 투여하면서 선수와 병원 측이 몰랐다는 것부터 전담팀 모르게 선수 혼자 병원을 오간 정황 등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말 떳떳하다면 취재진을 피할 일이 아니다. 물론 청문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나 그렇다고 죄인처럼 숨을 계제도 아니다. 그럴수록 의혹은 더 커진다. 팀GMP 측은 "여러 의혹들이 나오고 있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찰 발표 이후 입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금지약물이 포함된 주사를 놓은 병원을 지난 22일 검찰에 고소한 상황이다. 과연 박태환이 오명을 벗고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 청문회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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