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재야 법조계>司試-로스쿨 기득권 전쟁.."로퀴벌레" "연변" 원색 비방

김동하기자 입력 2015. 1. 30. 12:11 수정 2015. 1. 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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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新·舊세력 대결 본격화

1905년 우리나라 최초의 변호사법이 제정되면서 변호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이후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령이 공포돼 현대 변호사 양성 체계가 구축됐고, 고등고시를 거쳐 1963년부터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배출되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지난 100여 년간 일관성을 유지해 왔던 법조인 선발 시스템은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2012년 1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재야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두 집단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들은 각각 '희망의 사다리' VS '21세기형 법률가 양성'을 자신들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사석에서는 서로를 향한 비난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법조계 바깥에서 지켜보는 국민들에게는 단지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실정이다.

게임의 승자는 현재까진 사시 출신이다. 법원,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 재야 법조계 역시 사시 출신들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로스쿨 출신들은 이제 갓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입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래의 승자가 로스쿨 출신이라는 것은 적어도 현 제도하에서는 명백하다. 사시가 2017년에 폐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각종 변호사단체의 선거에서 사시 존치론자들이 대거 당선되는 등 어느 때보다 사시 존치 주장이 큰 힘을 받고 있다. 48대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된 하창우 변호사는 스스로를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로스쿨 체제에서는 변호사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고, 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당선된 김한규 변호사는 "가난한 가천대 법대 출신도 법조인이 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말했다.

반면 로스쿨을 지지하는 법조계의 명분도 분명하다. 로스쿨은 "'시험에 의한 선발'이라는 구시대 방식이 아닌 시대 변화에 맞게 다양한 상황에 대처가 가능한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기본원리를 확립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문제는 건전한 경쟁 수위를 넘어서는 모습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시 출신들은 로스쿨을 폄하하면서 "제대로 된 법률 지식도 부족한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맡기겠느냐"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

사시 변호사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상대 측을 '로퀴벌레'(로스쿨+바퀴벌레)라고까지 비방하고 있다. 반대로 로스쿨 출신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들 것을 우려해 로스쿨 흔들기에 여념이 없다"고 맞선다. 온라인에서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조선족에 비유하는 '연변'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이런 인신공격대로라면 결국 사건을 의뢰하는 국민들은 자신의 신체적 자유와 재산권을 대리해줄 중요한 역할을 로퀴벌레 혹은 연변 중 누군가에게 맡기는 꼴이 되는 것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30일 "현장에서 두 출신 간의 불신은 이런 용어들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변협의 이원화 혹은 제2의 변협 창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재야 법조계의 분열을 우려했다.

재야 법조계의 주류는 사시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로스쿨 변호사들이 매년 1000명 이상씩 대거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표로 결집할 경우 변호사단체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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