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 언제까지.." 건보 지역가입자 격앙

손현성 2015. 1. 3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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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백지화에 비난 봇물

"1% 부자 위해 99% 국민 저버려" 건보 노조, 문형표 복지 사퇴 촉구

시민단체들 "정책 개선 외면" 여야도 오락가락 정부에 날 세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가 올해 안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려던 계획을 돌연 철회한 것과 관련해 당장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던 지역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는 29일 "보건복지부가 1% 부자를 위해 99% 국민을 저버렸다"며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고, 시민단체들도 "연말정산 논란으로 민심 이반을 우려한 정부가 필요한 정책 개선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까지 나서 오락가락하는 복지부의 정책 방향을 성토하는 등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불만이 큰 것은 건보 지역가입자들이다. 법률사무소에 다니다 4년전부터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하모(33)씨는 "매달 200여만원씩 버는 건 직장 다닐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지역가입자가 된 뒤 15만원가량 많은 매달 25만~27만원을 건보료로 낸다"며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한 현행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성토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임모(49)씨는 "건물이 내 명의로 돼 있어 건보료로 23만원을 내고 있는데 개인사업자들한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불경기여서 건보료 인하를 기대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부담 줄이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보료 개편 계획 철회가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파동 등으로 들끓고 있는 민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에 3년간 개편작업을 해온 건보공단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공단 노조는 "무임승차(직장가입자 피부양자로)한 고소득자 19만명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서민 602만세대(지역가입자 80%)의 부담을 덜어주는 개편안은 형평성 논란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였다"며 "연말정산 분노정국 탓에 건강보험을 또 후퇴시킨 장관은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 건보재정이 12조원 흑자인 상태인데다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수가인상을 감안해도 2018년까지 흑자 규모는 10조 3,000억원으로 유지된다"며 "내년엔 총선 등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변수가 있어 올해야말로 개편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성명을 통해 "개편안은 보완할 점도 있지만 큰 틀에서 전향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며 "갑작스런 논의 백지화는 황당한 정책 후퇴이며 정치적 셈법에만 치우진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여야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소득 많은 사람은 더 내고 적은 사람은 덜 내는 사회보험 원칙에 맞는 개선방향을 정부 스스로 포기한 것은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서민증세를 유지한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정부가 이처럼 오락가락 하면 올해 목표로 하는 개혁과제들을 과연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건보료 개편 철회 논란에 대해 "백지화된 것은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적으로 복지부 장관이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hyunwoo777@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mailto:hshs@hk.co.kr)

정부가 올해 안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려던 계획을 돌연 철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병원 진료실 앞에서 환자들이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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