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르단·IS, '동상삼몽'에 꼬여버린 인질 석방
일본인 1명과 요르단군 조종사 1명을 인질로 잡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9일(현지시간) 새로운 석방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인질이 풀려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NHK방송에 따르면 IS는 오전 8시30분 무렵에 "나는 고토 겐지(47·일본인 인질)다"라고 소개하는 새로운 동영상을 공개했다. 고토로 추정되는 인물은 동영상에서 "29일 목요일 일몰 때까지 터키 국경에서 (요르단에 수감된)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45)를 나(고토)의 목숨과 교환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요르단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27) 중위는 즉시 살해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장소와 시간 등 요구사항이 구체적인 점에 비춰 이미 요르단과 IS 사이에 물밑 협상이 진행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시지에 나온 목소리 역시 고토가 맞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조건은 알리샤위를 알카사스베 중위를 구할 카드로 여겼던 요르단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것이다. 전날 교도통신은 "IS로 보이는 세력이 '알카사스베 중위는 우리를 죽이러 왔다. 석방을 기대하기보다는 참수될 것으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알카사스베 중위는 지난해 IS 공습에 참가했다가 전투기 추락으로 IS에 생포됐다. 이 메시지가 사실일 경우 요르단 정부의 희망사항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IS와 일본, 요르단 등의 서로 다른 속내 때문에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인질 사태가 장기화된 측면이 있다. IS는 물론 IS의 요구에 대한 일본과 요르단이 생각하는 해결책에도 차이가 드러나면서 인질 사태는 각기 다른 셈법을 가진 세 주체 간의 신경전으로 흘러갔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한 것은 27일 요르단 현지 언론이 IS가 요르단 조종사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요르단에 수감된 사형수 2명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보도에 따르면 IS가 추가로 석방을 요구한 사형수는 지아드 칼리프 알카르불리(32)다. 그는 2005년 5월 이라크에서 발생한 요르단 운전사 살해 사건, 모로코 외교관 납치 등에 관여한 인물이다.
이에 일본 정부와 언론들도 잇따라 '2대 2' 맞교환을 인질 사태의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IS는 당일 오후 내놓은 메시지를 통해 24시간의 시한을 주며 고토와 알리샤위의 1대 1 맞교환을 요구했다.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일본인 인질과 요르단 조종사를 모두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공은 요르단 정부로 넘어갔다.
요르단 정부는 28일 협상시한을 3시간 남겨둔 시점에서 알카사스베 중위를 안전하게 풀어주면 알리샤위를 석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IS에 새로운 제안을 했다. 요르단 정부의 이 제안은 알리샤위 석방에 응할 뜻이 있다고 한 것이므로 IS의 요구에 응하는 형태를 취하면서도 고토 대신 알카사스베 중위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IS의 애초 구상과는 달랐고, 일본 정부도 수용키 어려운 것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나세르 주데 요르단 외무장관은 CNN에 "고토의 석방도 당연히 이번 교환의 한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알카사스베 중위의 석방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요르단 내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IS와 싸우다 붙잡힌 자국민 구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계속 확산되고 있어 요르단 정부로서도 달리 선택 카드가 없는 셈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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