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족해체' 빨라지고 있다

2015. 1. 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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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발 70대 노인이 아내를, 중산층 가장이 두딸을.."지역 공동체 무너진 탓"노인 부양·환자 돌봄 등 사회서비스 확충을

지난 22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단둘이 금실 좋게 살던 A씨(70)가 사랑하는 아내를 목졸라 죽이고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일어났다.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일궈온 노부부의 행복한 삶은 아내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끝이 났다. 식물인간 상태인 아내를 극진히 보살피던 남편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올해 새해 벽두부터 명문 사립대 출신 강 모씨(48)가 자신의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준 데 이어 모친을 살해하거나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가족 간 살인이 발생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백척간두의 위기 상태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족 해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을 대상으로 하는 폭행·협박·살해·상해 범죄는 2010년 958건에서 2013년에는 1142건으로 19% 증가했다.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인 이유가 꼽힌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족 해체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성장만을 반복해오던 경제가 정점을 찍은 후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좌절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울증 등 현대 사회에서 정신질환이 늘어나는 것도 가족 범죄의 한 원인이다. 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경제적·사회적으로 고립된 어르신 부부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50대 남성이 경쟁에서 실패하면 사회로부터 고립된다"면서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불안 요인은 커지지만 우리 사회에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과거에는 '마을 공동체'가 작동해 서로 도우며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공동체가 무너졌다"며 "사회적으로 노인 부양, 환자 돌봄 서비스 등을 담당해줄 기능이 정착되지 않아 개인과 가족에게 모든 책임이 지워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제 사정이 나쁘지 않은 중산층 가정에서도 비극적인 사건이 되풀이되면서 더 이상 양극화가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한 사회심리학 전공 교수는 "가정이 해체되는 수준의 비극은 더 이상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여태껏 성과 위주로만 달려오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소규모 공동체로서 긴밀한 관계가 많이 만들어지는 사회자본이 형성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내다봤다.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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