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축구> 정성룡의 헌신.."진현이 열심히 하는 게 좋다"
김봉수 코치 "정성룡 덕분에 성숙한 경쟁 문화"
(시드니=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두드러진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골키퍼 정성룡(30·수원 삼성)의 입지다.
정성룡은 이번 대회에 나선 슈틸리케호 23인 가운데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유일한 선수다.
골키퍼는 한번 주전경쟁에서 밀리면 주전의 경고누적이나 부상과 같은 악재가 닥치지 않는 한 그 자리를 다시 찾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현재 넘버원 골키퍼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으로, 그는 한국의 무실점 연승을 주도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은 주전 골키퍼를 두고 기량이 비슷한 정성룡, 김진현, 김승규(울산 현대)를 마지막까지 저울질했다.
정성룡이 작은 부상 때문에 훈련을 몇 차례 걸렀는데 그 틈을 타 김진현이 개막전에 나섰고 폭발적 선전은 곧 주전 굳히기로 이어졌다.
김진현에게 자리를 내준 이번 대회 초반에 정성룡의 얼굴은 밝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는 2008년 1월 30일 칠레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무려 64차례 A매치에서 한국의 골문을 지켰다.
그러나 호주에 입성하고서는 김진현이 연일 선방쇼를 되풀이하면서 한 차례도 출전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정성룡은 조별리그 때 주전의 희비가 갈리자 우울한 표정으로 비오는 캔버라 거리를 혼자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처럼 대표팀에서 이렇게 철저히 전열에서 배제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성룡은 충격을 곧 털어내고 골키퍼 훈련장에 청량감을 주는 활력소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김진현이나 김승규가 더욱 선전하도록 하는 데 애를 썼다.
정성룡은 지난 28일 시드니에서 훈련을 마친 뒤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날도 김진현은 넘버원으로서 특별훈련을 소화했다.
"팀이 우승하는 데 도움이 돼야죠. 훈련할 때 다 함께 열심히 하는 게 좋고 특히 진현이가 열심히 하는 게 좋아요. 못 뛰는 심정을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팀이 우승하는 게 우선이고 개인적인 심정을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오늘도 더 열심히 훈련했어요. 나는 그냥 이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게 좋을 뿐입니다."
김봉수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자존심을 다친 베테랑 정성룡을 기특하게 여겼다.
전통적으로 골키퍼 주전경쟁의 분위기는 살벌하기 짝이 없었으나 정성룡 덕분에 문화 자체가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성룡이가 진현이를 격려하고 훈련 때도 활력을 불어넣는다"며 "우리 골키퍼들이 많이 성숙했다고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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