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다이어리] 기성용의 수평 리더십, 슈틸리케호 또 다른 힘

임기환 2015. 1. 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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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시드니)

임기환의 인사이트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슈틸리케호에 없어선 안 될 제 1의 옵션이다. 이젠 그가 없는 대표팀 경기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슈틸리케호의 세련된 조타수다. 그라운드 밖에선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를 내리지만 안에서는 기성용이 손짓으로 선수들 사이 간격을 조정하고 위치를 잡아준다. 전매특허인 확률 높은 롱패스는 물론, 대회가 거듭될수록 직접 끌고 전진하는 횟수도 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한국이 우승한다면 그가 최우수선수상을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단지 기술과 전술적 부분뿐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정신적으로도 무척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자철(마인츠 05)이 찼던 주장 완장을 이어 받은 이후로 더욱 그렇다. 특히 미디어를 대하는 매너가 아주 성숙해졌다. 다른 선수들의 대리인으로서 차분하게 대표팀의 처한 상황과 준비 과정들을 취재진에게 설명한다.

대표팀 훈련이 진행됐던 28일 오후 코가라 파크에서도 그랬다. 기성용은 믹스트존 인터뷰 내내 '우리'란 단어를 강조했다. 기성용은 훈련을 마치고 "우린 주축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여기까지 왔다. 이번 아시안컵 우승은 우리와 한국 축구에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선수들 모두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대팀 에이스 예디낙(크리스털 팰리스)에 대해 언급하자 "그 선수만 신경쓸 때가 아니다"라고 직접적 비교를 일축했다. 이날뿐만 아니라 최근 기성용의 인터뷰를 곱씹어보면 그 안에 '나'는 거의 없었다. 침착하게 '우리'의 얘기를 풀어냈다.

호주전 준비 상황을 묻는 취재진이 질문에도 그는 "선수들에게 굳이 얘기 안 해도 잘 준비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실점으로 여기까지 온 것들은 칭찬할 부분이다"라고 선수 전체를 아우르는 포용력을 보여줬다. 기성용은 공부만 잘하는 조용한 모범생 타입의 반장은 아니다. 할 땐 하고 놀 땐 노는 사교적 리더에 가깝다. 선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 신뢰를 주고받는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휘어잡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이나 이운재 U-22 골키퍼 코치 등 과거 대선배들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기성용은 개인의 목표가 아닌 집단의 목표를 강조한다. 이날도 그는 "결승전은 평생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다. 한 달 동안 고생해서 올라왔는데 준우승을 하면 허무할 것 같다. 준우승보다는 우승으로 끝내는 게 선수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라며 공동의 목표를 강조했다. 혈기가 경솔함으로 번졌던 과거와 달리 멘트 하나하나 깊게 생각하고 절제한다는 느낌이 든다.

외부의 자극에 욱하지 않되 뼈있는 말로 맞받아치는 방식은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을 닮았다. 그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난 한국전은 100%가 아니었다"는 도발에 "우린 더 많은 선수가 빠졌다. 그런데도 1-0으로 이겼다. 선수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호주는 홈 어드밴티지 빼고는 두려운 게 없다"라고 당당하게 맞섰다.

확실히 달라졌다. 실력뿐만 아니라 이십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가정을 꾸리면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기성용도 이젠 어엿한 대표팀의 중고참이다. 한 팀을 이끄는 주장이자 선후배 간의 중요한 가교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키 플레이어인 기성용의 변화는 반가운 부분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외려 기량적 완숙보다 더 중요한 요소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성숙해진 기성용의 리더십은 우승을 떠나 이번 아시안컵이 대표팀에 남긴 소중한 유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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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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