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칼럼] "두리야, 너 은퇴할 때 된 거야"

입력 2015. 1. 29. 06:01 수정 2015. 1.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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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열렸던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차두리(왼쪽에서 세번째)와 안정환(왼쪽에서 두번째)가 같이 태극마크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

"두리야! 너 이제 축구가 훤히 다 보이지? 몸도 하나도 안 힘들지?"

얼마 전 브리즈번에서 (차)두리(35·FC서울)를 잠깐 만나 물었다. 두리는 "맞아요. 형. 어떻게 아세요"하며 신기해했다. 그래서 농담으로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그래. 그럼 너 은퇴할 때가 된 거야."

두리야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나도 그랬으니까.

은퇴할 때가 되면 그라운드가 좁게 느껴진다. 시야가 넓어지고 세세한 것도 다 눈에 들어온다. 이상하게 체력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노련해지고 경험이 쌓였다는 의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이런 형태로 활활 불태울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았던 차두리의 드리블. 안정환 위원은 "은퇴할 때가 된 거다"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개인적으로 두리에게서 "아시안컵이 끝난 뒤 은퇴하겠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언론을 보니 기정사실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두리가 아시안컵을 마치고 멋지게 은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두리가 잘 못했다면 모르지만 너무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지 않았나. 우승 트로피를 들고 태극 마크를 반납한다면 가장 아름다울 때 퇴장하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두리뿐 아니라 다른 후배들도 이번 결승이 축구 인생에 다시는 올 수 없는 기회라는 점을 꼭 염두에 뒀으면 한다. 나도 수많은 A매치를 치렀고 크고 작은 결승을 경험했다. 아무리 작은 대회라도 결승은 다르다.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힘들다. 이번 경기로 한국 축구 역사가 바뀌고 국민들도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호주의 전술이나 경기력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은 부분이야 고쳐나갈 수 있지만 대회 중에 큰 틀을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간결하고 빠른 패스, 장신을 이용한 세트피스 플레이 등 자신들이 꾸준히 해왔던 패턴을 그대로 들고나올 것이다.

호주와의 예선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정협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우리는 앞에서부터 이근호나, 한교원, 이정협 같은 선수들이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무실점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격수들이 상대 진영에서부터 끈질지게 따라 붙어 필터 역할을 해서 우리 수비진이 정비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한 마디로 공격수들의 수비력이 관건이다. 손흥민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잘 해줬으면 좋겠다. 호주나 우리나 이미 모든 전력은 드러났다. 상대 장·단점도 다 파악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이런 경기가 더 지치는 법인데 마지막까지 잘 버텨줬으면 한다.

결승이 벌어지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는 8만5000명의 호주 관중으로 가득찰 것이 분명하다. 선수들끼리 그라운드에서의 서로 코칭을 해야 한다. 급할 땐 시쳇말로 욕을 해도 좋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동료들을 이끌어줘야 한다. 나도 처음 A매치에서 큰 경기에 나설 때는 얼떨떨했다. 그 때 (황) 선홍 형, (유)상철 형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다. 욕을 먹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었고 실수를 해도 칭찬을 들으면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 대표팀 선수 중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나 A매치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꼭 기억했으면 한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

사진=IS포토 / 중앙일보 DB / 대한축구협회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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