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폭설, 한반도 겨울가뭄 불러

2015. 1.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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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나비효과..이상 엘니뇨로 강수가능성 더 줄어

저수지는 말랐고 댐 저수율은 절반으로 줄었다. 역대 최악의 겨울 가뭄이다. 지난여름부터 이어진 가뭄은 겨울에도 그칠 줄 모른다. 지난해 12월 잠깐 내렸던 눈과 비는 메마른 지 오래다. 지난주 말에 이어 최근 동해안 지방에 비와 눈이 내렸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 겨울 가뭄, 왜 이리 심한 것일까.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26일까지 한 달간 서울에 내린 비와 눈의 양은 11.3㎜로 평년(18.3㎜)의 61.7%에 불과하다. 강릉 지역은 16.9㎜로 평년의 38%, 울진 45.3%, 포항 58%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지난주 말에 내린 비로 숨통이 조금 트인 셈이다. 28일 동해안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렸지만 이것도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올겨울 강수량이 적은 이유는 시베리아 대륙에서 생성된 차가운 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영향이 가장 크다. 차가운 공기 덩어리는 지난해 말 시베리아 지역에 내린 많은 눈 때문에 만들어졌다. 시베리아 지역에는 1967년 강설량을 측정한 이래 두 번째로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차가운 공기가 대륙 상층부에 만들어졌고 세력을 확장하면서 한반도를 포함해 동해까지 뒤덮었다.

일반적으로 눈과 비는 불안정한 기류가 형성됐을 때 만들어진다. 북쪽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가 만나는 경계면에서는 수증기가 액체로 변해 눈이나 비가 돼 떨어진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극지기후변화연구부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발생한 예상외의 추위와 가뭄 모두 시베리아 지역에서 확장한 차가운 공기 덩어리로 설명이 가능하다"며 "남쪽에 있는 따뜻한 공기가 북상해 차가운 공기와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한반도 가뭄 주기가 올해 겹치면서 심한 가뭄이 왔다는 전망도 나온다. 1777년부터 2006년까지 한반도 강수량을 조사한 결과 한반도에서는 6년, 12년, 38년, 124년마다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38년 주기 가뭄이 바로 2015년. 또 올해는 124년 주기 가뭄과 38년 주기 가뭄이 겹치는 해라 더욱 극심한 가뭄이 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가뭄 해소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바로 '엘니뇨' 현상이다. 엘니뇨란 페루와 칠레 등 아메리카 대륙 쪽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6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이 지역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면 동해안 지역으로 많은 눈이나 비가 내려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엘니뇨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중부·동태평양 지역 온도가 올라가면 서태평양 지역 기온이 떨어져야 공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데, 올해는 서태평양 지역 기온이 올라가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중성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서태평양 지역 기온이 올라가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증가하는 해수 온도에 엘니뇨가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서태평양 해수 온도 상승으로 공기 대류가 약해지면서 한반도로 따뜻한 공기가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통적인 엘니뇨와 다른 특성이 한반도의 눈과 비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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