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파동에 무릎 꿇은 건보 개혁

입력 2015. 1. 29. 03:12 수정 2015. 1. 29. 03: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복지부, 고소득 직장인·피부양자 건보료 인상안 백지화

[서울신문]만 18개월을 끌어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작업이 하루아침에 백지화됐다. 정부는 2013년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려 부과체계 개선 방향을 논의해 왔고, 29일 기획단의 개선안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28일 돌연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연말정산 폭탄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소득 직장인·피부양자에게 건보료를 더 매기는 개선안을 발표할 경우 여론의 거센 반발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안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며 건보료 개편 논의를 사실상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마련된 기획단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에 대해서는 "참고자료로 쓰겠다"고만 했으며 "올해 안에 기획단 회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개선안의 재논의 시점조차 밝히지 않았다. 건강보험 부과체계는 1977년 건보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 번도 그 틀이 바뀌지 않았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사실상 백지화한 표면적인 이유로는 기획단이 그동안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며 데이터로 활용한 자료가 2011년에 작성된 것이어서 추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고, 개편 후 건보료 인상으로 불만을 갖게 될 일부 고소득자를 다독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2011년 자료를 토대로 기획단 논의가 진행돼 왔다는 것은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자보다는 후자 쪽이 논의를 원점으로 돌린 결정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기획단이 마련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에는 부자에게 관대하고 저소득층에 부담을 지우는 기형적인 형태의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를 뒤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송파구 세 모녀'와 같은 취약계층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줄여 주는 대신 고소득자에게 보험료를 더 매기고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하고 있는 이들에게 건보료 부담 의무를 지우는 게 핵심이었다. 개편 모형을 적용하면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와 월급만 갖고 살아가는 일반 직장인은 오히려 건보료가 내려가거나 그대로이지만, 보수 외 종합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와 직장인 등은 지금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담뱃세 인상, 연말정산 파동 등 증세 논란으로 이미 수세에 몰린 데다 내년 4월 총선까지 내다봐야 하는 정부로서는 국정과제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감내하더라도 두꺼운 지지층이 돼 줄 고소득 자산가 등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재미'로 들여다보는 오늘의 운세] [ 서울신문 구독신청]

[ 서울신문 페이스북] [ 서울신문 전체보기] [ 포토뉴스 서울EYE] [ 동영상뉴스 서울TV] [ 놀라운 글로벌세상 나우뉴스]

- Copyrights ⓒ서울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