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비난 눈치에.. 80%가 건보료 줄어드는데 포기하나"

손현성 양진하 입력 2015. 1. 28. 22:51 수정 2015. 1. 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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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기획단 위원들 당혹 .. 비판

"1년 넘게 20여차례 회의 불구

하루 사이에 '참고자료'로 전락

사회적 공감대 형성 충분한데...

복지부 정치적 셈범에 물거품"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실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 개편 추진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정치적 셈법에 따른 정책 뒤집기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개편안 마련에 참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위원들은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시대를 연 지 26년 만에 소득 중심으로 부과체계를 수술해 직장-지역가입자 간 보험료 납부의 불합리한 간격을 좁히려 한 노력이 여론 눈치를 보느라 무위로 돌아갈 판"이라고 지적했다.

증세 비난을 우려해 보건복지부가 '올해 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약속을 어겼다는 해석이 퍼지자 기획단에 참여한 정형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치적인 우려 때문에 부과체계 개편을 못한다니 유감"이라며 "개편안은 형평성을 추구한 방향으로, 국민의 80%는 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데 (급여 외 수입이 많은 고소득 전문직 등) 20%가 부담이 증가하는 데 따른 불만에 정치적으로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단장인 이규식 연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등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기획단은 2013년 7월 출범한 뒤 20여 차례 이상 전체위원회와 소위원회를 열어 심의와 검토를 거쳐 7개 안을 내놨지만 하루 사이에 '참고자료'로 전락했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로 보험료를 내게 될)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등이 성토하면 청와대에서 추궁당할 게 겁나서 내린 결정 같다"며 "많은 저소득층이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로 덕을 보면 찬사를 받을 거라고 확신하는데 졸속으로 물거품됐다"고 질타했다. 사실상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지역가입자가 성별과 나이, 집과 자동차 등 온갖 복잡한 부과기준 적용을 받기 때문에 당하는 불이익을 바로잡는 내용이어서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공진 교수는 "다들 멘붕, 황당 그 자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국민의 편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안이 원상 복구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 보험료가 크게 차이 나는 기형적 구조다. 월 200만원(연 2,400만원)을 벌면서 2억 5,000만원짜리 주택과 자동차 한대를 보유한 4인 가구 가장 A(45)씨는 직장인이라 월 건보료 5만9,900원을 낸다. 비슷한 주택과 차가 있고 사업소득이 2,000만원인 3인 가구 가장인 자영업자는 월 28만1,480원을 낸다. 이렇게 격차가 크다 보니 고소득 임대사업자 등이 직장가입자가 되기 위해 위장취업을 하는 편법도 난무한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일 건보료 개편 워크숍에서 "재산이 많으면 보험료도 많으니 자신의 건물 피아노 학원에 임대를 주고 거기에 청소부로 위장취업해 빌딩 소유주가 건보료를 3만원만 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편 추진이 철회되면서 이런 문제는 당분간 개선되지 않고 계속될 상황이다. 더욱이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개편 추진을 미루면서 반발할 지역가입자를 달래기 위해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이래저래 건보재정 부담만 가중될 전망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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