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복지부에 '왜 시키지도 않은 일 하냐' 압박한 듯

2015. 1. 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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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왜 백지화 됐나

정부가 사실상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의 주요 방향을 요약하면, 소득이 적은 가입자의 보험료는 줄이고, 많이 버는 사람의 보험료는 늘리는 쪽이다. '송파 세 모녀'처럼 보험료 부담에 짓눌린 노동자·서민의 숨통은 다소 트일 수 있지만, 임금과 별도로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소득이 있는 직장인과 소득이 많은데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보험료를 내지 않던 고소득자의 보험료는 적잖이 오르게 된다. 정부가 오랜 기간 준비해온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갑자기 내팽개치는 무리수를 둔 것은 보험료가 오르는 일부 고소득자의 반발을 의식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애초 정부는 29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기획단) 최종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개편안을 7개의 모델로 나눠 내놓을 계획이었다. 각각의 모델은 별도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직장가입자의 '임금외 종합소득' 기준을 얼마로 할지,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 기준소득을 어느 선으로 잡을지 등에 따라 나뉜다.

7개의 개편안 가운데 기획단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한 모델은 '최저 보험료 제도'를 도입해 소득이 낮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크게 줄이는 데서 출발한다. 대표적 대상은 송파 세 모녀다. 목숨을 끊기 전 월 5만140원의 보험료를 내던 세 모녀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월 1만6480원만 내면 된다. 이는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에 포함된 '평가소득'이란 요소를 삭제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평가소득이란 실제 소득이 없는데도 성이나 연령, 자동차 소유 여부 등을 토대로 추정한 소득이다.

소득 적은 가입자 보험료 줄이고임금 외 소득 많은 직장가입자와소득 있는 피부양자는 늘리는 안기획단 참여인사 "청와대서 질책"문형표 장관 '백지화' 무리수 둔 듯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이런 식으로 줄이면, 건보 재정은 당연히 모자라게 된다. 이 때문에 필요한 것이 고소득자의 추가 부담이다. 먼저 임금 이외의 종합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직장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른다. 다만 '종합소득 공제' 조항이 있어 임금 이외의 종합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더라도 공제 기준금액 이하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물리지 않는다.

소득이 많은데도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나 딸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무임승차해온 사람도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물게 된다. 지난해까지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 가운데 피부양자는 전체의 40.9%(2047만명)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종합소득이 있는 사람은 230만여명, 여기서 다시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을 추리면 그 수가 19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앞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도록 한다는 게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렇듯 기획단의 개편안은 '저소득층 부담 경감' 및 '고소득층 추가 부담'이라는 추진 방향이 명확해, 올초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 등으로 '증세 논란'을 자초한 정부로서는 개편안 공개로 '고소득층 건보료 폭탄' 등의 기사가 쏟아질까봐 크게 우려해왔다.

특히 복지부 안팎에서는 평소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의지를 보여온 문형표 장관이 27일 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한차례 보도 연기를 요청한 데 이어 28일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을 한 데에는 청와대의 지시·압력이 있었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기획단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는 이달 초 복지부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에 관한 언론 설명회를 할 때부터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느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소득층 건보료 폭탄' 등의 기사가 쏟아질까봐 문 장관이 사실상 백지화라는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개선안을 내놓지 않겠다고 한 것은 보험료를 더 내게 될 많은 가입자에 대한 설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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