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850억 지킨 은행원, "사실은 굉장히 불안했다"

2015. 1. 28. 14: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대담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한수진/사회자:

수천억 원대 사기 대출을 벌이다가 결국 파산한 중견기업 모뉴엘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이 모뉴엘의 대출 금액 자그마치 3조 4천억 대라고 하죠. 이 기업에 대출을 해줬던 은행들의 손실,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그 중 한 은행은 모뉴엘에 850억 원을 대출을 해줬다가 회수 결정을 함으로써 엄청난 손해를 피해갔다고 하는데요. 이 중요한 판단은 누가 했을까요? 다름 아닌 해당 은행의 계약직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이 일로 정규직 전환이라는 약속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 시간에는 바로 그 분, 연결해서 말씀 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차장님, 안녕하세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정말 큰 일 하셨네요. 은행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세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산업분석업무를 하고 있는 기술금융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산업분석업무는 심사구역 등에서 개별 기업 등을 심사하시는데 그중에서 저희는 별도로 산업 차원에서 심사 팀에서 놓치기 쉬운 이슈나 산업전망등을 분석해서 심사해서 전문성을 보안하는 곳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 모뉴엘이라는 회사를 주목하게 되신 거고 사실 지금 파산이 되었고 경영진이 구속이 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기업일 것 같습니다. 이게 어떤 회사였죠?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틈새가전에서 좀 유명했던 회사로 보시면 되겠고요. 잘 아시는 걸로는 로봇 청소기가 있고, 홈씨어터 PC라는 HTPC같은 것들이 주 매출 품목인 한국에서는 떠오르는 벤처기업으로도 많이 알려지고 있던 기업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특히 '빌 게이츠가 격찬을 했다.' 해서 유명해진거지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네, 해외에서 특히 언론에서 극찬을 해주시고 한국의 떠오르는 기업으로 많이 소개가 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모뉴엘이라는 회사가 우리은행과 오랜 시간동안 거래를 했던 모양이네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당시에는 주거래 은행이었구요. 이자도 꼬박꼬박 내는 우량한 회사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자도 꼬박꼬박 잘 내는데, 그런데 어떻게 의심을 하시게 된 거예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현장의 영업본부장님 요청으로 이 회사에 대해서 정확히 분석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요. 그 때 심사부서에서는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재무재표상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 과연 모뉴엘이 시장에서 어떤 평판을 받고 있고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제품도 정확히 잘 모르겠으니까 그런 부분을 저한테 의뢰가 들어왔는데 제가 보니까 언론에서는 얘기가 되고 있지만 주위에서 모뉴엘 제품을 샀다거나 좋은 평가를 주셨거나 이런 분들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왜 그런가 봤더니 미국에서 주로 판매를 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아 그렇다면 미국에서 제가 소비자라고 가정을 하고 미국에서 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국의 쇼핑몰들을 다 돌아봤는데 모뉴엘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조금 의심스러움이 증폭됐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미국 시장도 살펴보고 그러셨던 거예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지금은 직구들 많이 하시니까 지금은 좀 일반적이기는 한데 그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유명한 사이트들이 있거든요. 그런 곳들을 주로 가면서 모뉴엘이 그렇게 유명한 회사라면 당연히 찾을 수 있어야하는데 찾을 수 없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집요하게 알아보신 거죠?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뭐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 한수진/사회자:

일단 회사 측에는 '납품확인서 좀 달라.' 하는 요청도 하셨을 것 아녜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네, 그렇습니다. 일단 모뉴엘의 구조가 홍콩을 통한 제 3국을 통한 수출구조였거든요. 그래서 모뉴엘이 가지고 있는 수출 신용증은 대부분 홍콩에서 받은 거였어요. 거기에는 최종고객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서는 기존의 은행 거래상에서는 신용성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되었지만 실체가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실체에 대해서 궁금해 했던 거구요. 당연히 해외 최종 고객과 이런 쪽에서 크로스 체크가 되어야하는데 그 부분이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국내에서 별로 쓴다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해외에서는 직구까지도 해보셨고, 납품확인서도 뭔가 이상하고 하여간 여러 가지로 뭔가 꺼림칙한 게 많았던 거네요. 그런데 어때요, 회사에 이렇게 주장을 했는데 선뜻 받아주시던가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일단은 처음에 현장에서 요청이 들어온 부분이었고 영업본부장님이 일단 가장 먼저 이 부분에 의심이 들어서 시작이 되었기 때문에 제가 부정적인 의견이나 의심이 된다는 부분을 얘기하셔도 흔쾌히 받아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좀 어려운 결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소신껏 밀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었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자도 꼬박꼬박 잘 내고 했는데도 은행 측에서는 우리 강윤흠 차장님의 의견을 잘 받아주셨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제가 보기에는 그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대중적인 판단을 하셨던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도 어쨌든 850억 원을 회수한다는 큰 결정을 내렸으니까 강차장님께서도 내심 불안 불안 하셨을 것 같은데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네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혹시 제가 또 잘못 판단해서 여러분들이 고생하는 건 아닐지, 또 이 회사에 대한 좋은 기사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습니다. 유명 모델 통해 광고도 하고, '이제 진짜 잘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미 결정된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냥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결국 문제의 모뉴엘은 법정관리신청을 했고요. 여러 가지 문제점도 다 드러났고요. 그래서 뭐 좋은 일도 생기셨다고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아, 네. 저희 경영 조직팀에서 은행장님이 심사하신 선배님과 함께 제게 직접 표창도 좀 해주시고요.

▷ 한수진/사회자:

정규직 전환도 약속받으시고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아,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그동안 계속 계약직이라는 불안한 부분이 있잖아요. 소신을 좀 인정받고 조직에서 제 소신껏 야심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 은행 쪽에 강윤흠 차장님같이 깐깐한 분들 좀 많이 계셔야 될 것 같네요. 축하드리고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 :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은행 산업분석팀, 강윤흠 차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 [취재파일] 모뉴엘 초대형 사기극…신의 직장이 만들어 준 신화

▶ [취재파일] 모뉴엘 초대형 사기극…'제주에 남겨진 사람들' ①

▶ 모뉴엘, 담뱃갑에 뇌물…'관피아'가 만든 비리

▶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 모뉴엘서 카드 받아 '펑펑'

▶ 모뉴엘 파산 선고…'부패 먹이사슬'에 파국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