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뉴 페이스] 내 얼굴 말고, 주먹을 보라

최인준 기자 2015. 1. 28. 14: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유명 이종격투기 팬카페에서는 '격투기 여신'이 화제다. 다음 달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 FC021 여자 아톰급(48㎏ 이하)에서 프로 데뷔전을 갖는 박지혜(25·팀포마)가 그 주인공이다.

168㎝의 늘씬한 몸매에 뚜렷한 이목구비, 긴 생머리 등 여자 연예인 부럽지 않은 스펙을 갖췄다. 그런 그녀가 이종격투기에 뛰어들자 팬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갈렸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는 찬사와 "연예인 되려고 운동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함께 섞여 나왔다.

최근 경기도 용인의 팀포마 체육관에서 만난 박지혜의 모습은 '예비 파이터'에 더 가까웠다. 박지혜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빠른 스트레이트 펀치로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었다. 165㎡(약 50평) 남짓한 체육관이 펀치 소리로 가득 찼다. 그녀의 첫마디는 주먹만큼이나 직설적이었다.

"'미녀 파이터' '여신' 같은 수식어는 신경 안 써요. 어차피 케이지(이종격투기 링)에서 얼굴 맞으면 피 나고 부을 텐데요. 외모가 아니라 제 두 주먹과 발을 통해 진짜 파이터로 인정받을 겁니다."

박지혜가 이종격투기를 시작한 건 2011년 말부터다. 그녀는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게 아니라고 했다. 전문대(신구대)를 중퇴한 스무 살 박지혜는 뚜렷한 장래 희망도 없이 웨딩홀,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새로 일을 시작한 피트니스센터에서 현재의 남편이자 같은 팀 소속 이종격투기 선수인 김지형(27)씨를 만나며 인생이 바뀌었다. 박지혜는 당시 이종격투기 데뷔전을 준비 중이던 김씨를 따라 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팀포마 윤철 감독의 로드FC 경기를 본 뒤에는 아예 정식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박지혜는 "다양한 격투 기술의 향연, 그리고 관중의 뜨거운 응원을 보면서 심장이 처음으로 요동치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가까이서 본 박지혜는 다리 곳곳에 새파랗게 멍이 들어 있었다. 박지혜는 훈련비 마련을 위해 하루 3~4시간 정도 체육관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빼고는 모든 시간을 대회 준비에 쏟아붓고 있다. 매일 새벽 6시에 나와 복싱과 주짓수(유도에서 파생된 브라질 무술) 훈련을 하고 나면 밤 11시가 다 돼서야 체육관을 나온다. 상처투성이 다리 때문에 하이힐과 치마는 포기한 지 오래다.

박지혜는 아직 국내에 여자 선수가 5명이 채 안 돼 평소엔 체격이 비슷한 남자 선수와 훈련을 한다. 자신보다 힘이 센 남자들과 스파링을 하다 보니 지난해 3월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등 무리가 많았다. 남편 김씨의 만류에도 박지혜는 포기하지 않았다. 박지혜는 "그동안 흐리멍덩하게 살았는데 남편 다음으로 설레는 격투기에서만큼은 끝장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혜는 2월 1일 프로 데뷔전에 대비해 20일부터 체중 감량에 들어갔다. 58㎏이었던 몸무게를 48㎏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아침, 점심에는 주로 탄수화물만 섭취하고, 저녁에는 양상추와 오이로 만든 샐러드로 끼니를 때운다. 그러면서도 훈련 일정은 그대로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치면서 몸무게를 51~53㎏까지 줄였다. 한 달 전부터 매일 3L 이상의 물을 마신 그는 주말에는 사우나를 통해 최종 감량에 들어간다.

박지혜의 데뷔전 상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수도를 한 일본의 이리에 미유(22)다. 전문가들은 박지혜가 격투기 기술에선 밀리지만 타격 능력이 좋아 긴 리치를 잘 이용하면 해 볼 만하다고 본다. 김대환 UFC 해설위원은 "박지혜는 아직 파워가 강하지 않지만, 격투기 센스가 좋고 근성만큼은 남자 선수들 못지않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