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사태' 김준호는 '의리맨'인가, '얍쓰'인가?

윤상길 기자 2015. 1. 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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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 대표이사 김우종씨가 수십억 원의 회사 공금을 횡령해 해외로 도주한 코코엔터테인먼트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대표이사 대행 등을 포함한 회사 등기이사 2명이 지난 24일 폐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김준호가 일부 출연료를 못 받은 개그맨들의 출연료를 '완납'했다고 강조하자 거의 전 언론이 김준호를 의리의 사나이로 찬양하는 분위기였으나 26일 김준호 측과 창업 초기의 코코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고 밝힌 이상윤씨 등 일부 주주들이 "끝까지 파산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는 가운데 '김준호 책임론'까지 들고 나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대결은 김우종 대표가 빠진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회사의 주요 문제들을 결정할 수 있는 등기이사 등 임직원 및 소속 연기자들, 그리고 김준호에 우호적인 일부 주주들로 이뤄진 '친 김준호' 세력 대 이씨 등의 '반 김준호' 세력이 맞서는 구도다.

이씨 등은 "코코엔터는 여러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법인회사이기에 김준호 측이 발표한 폐업합의는 합의의 실질적 내용과 다르다. 회생을 위한 아주 작은 불씨라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지만 김준호 측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이제승 변호사는 "과반수의 주주가 폐업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폐업신고는 내달 중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측은 김준호 측의 배임을 주장하고 있다. 김준호의 최측근인 김대희가 서울 여의도에 새 사무실을 꾸리고 제이디브로스(준호의 J, 대희의 D 브라더스란 추측이 가능하다)란 새 회사를 설립 중인데 여기에는 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 연기자 40여명 대부분이 둥지를 틀 예정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즉 코코엔터란 법인이 엄연히 존재하고, 따라서 연기자들과의 계약이 유효한 상황에서 김준호가 새 회사를 차려 수익을 그 회사로 빼돌리는 것은 배임이며 연기자들 역시 계약위반이라는 게 이씨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김준호 측은 "전속계약 무효 혹은 해지의 사유가 존재해 명분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우종 대표이사의 회사 공금 횡령 및 도주 등으로 경영난이 악화돼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일부 연기자들이 출연료 등을 받지 못해 이에 대한 시정요구를 했지만 안 지켜졌기에 계약해지의 사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준호 측이 코코엔터에 정나미가 떨어졌고, 생존의 이유로 그들이 주축이 된 새 회사를 설립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생각은 그리 부정하거나 의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회사 주주이자 대표이사란 사람이 엔터테인먼트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않고, 소속 연기자들의 이름값을 이용해 다른 사업에 손을 대느라 코코엔터의 경영난을 초래하고, 그것도 모자라 거액의 회사 공금을 횡령해 해외로 도주한 상황은 그런 이탈에 충분한 이유를 부여한다.

더불어 김준호가 정식 등재된 회사의 경영 대표이사가 아니라 소속 연기자들을 책임지는 콘텐츠 대표였을 뿐이라는 '책임론'에 대한 반박 역시 타당해 보인다. 일반인과는 다른 감성을 지닌 연예인을 전문 경영인이 관리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연예인이자 선배인 김준호에게 그 역할을 맡긴 회사의 구조 안에서 김준호는 자신의 소임을 충분히 했고 그래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비껴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법적인 근거 하에서만 통한다. 법을 떠나 김준호는 코코의 '간판'이다. 그는 물론 소속 연기자들이 공식석상에서 틈만 나면 그를 회사 '사장님'으로 호칭했고 그에 대한 신뢰를 보낸 데서 보듯 그는 회사의 모든 일에 분명히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임원이다.

즉 그가 회사 붕괴를 조장하진 않았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회생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여러 가지 정황이 보인다. 마치 미리 짜인 각본처럼 김우종 대표를 고소하자마자 재빨리 사무실을 얻고 소속 연기자들을 수습한 게 대표적인 예다.

코코엔터는 개그계의 공룡이다. 소속 연기자 대부분이 KBS2 '개그콘서트'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 간판 개그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고, 김준현 이국주 등 엄청난 광고모델 수익을 올리는 개그맨도 상당수다.

소속 연기자들의 활동수익만으로도 회사를 운영하는데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 회사의 군살을 빼고 투명한 경영을 한다면 회사 재정이 정상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다. 당장 급한 밀린 출연료와 급여는 분할 지급한다고 해서 수급 해당자들이 마다할 리 없다. 최소한 그들이 지금까지 김준호에게 보여준 의리와 정에 근거할 때.

하지만 코코엔터 소속 연기자가 아닌, 임원으로서 월급을 받아왔고 주주도 아닌 김준호는 아직 회사가 폐업이 완료된 것도 아니고, 계약부존재 소송이 완료된 것도 아닌 시점에서 최측근을 내세워 다른 회사를 설립했고 연기자들을 그곳으로 '헤쳐모여' 시키는 양상이다.

왜냐면 자본이 이탈된 코코엔터는 더 이상 그에게 메리트(가치나 장점)가 있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각고의 노력과 희생으로 코코엔터를 기사회생시켰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실질적으로 손에 쥘 게 별로 없다. 그는 회사의 주주도 대표이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공로를 높이 사 주주들이 그를 대표이사로 앉힌들 그가 얻을 게 별로 없다. 그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개그맨이라 회사의 월급에 만족할 사람이 아니고, 경영보다는 예능 출연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측과 예상대로 제이디브로스가 정식 출범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미 코코엔터가 보여줬듯 소속 연기자 40여명이 지금처럼만 활약해준다면 제이디브로스가 큰돈을 벌고 재정상태가 탄탄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준호가 그 회사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지 않을 리 없고, 회사가 날로 성장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면 돈방석에 앉을 것은 자명하다. 물론 그 전에 거액의 투자유치 또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발표대로 그는 코코엔터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그는 자신의 활동에 열중하는 가운데 코코엔터 소속 후배 연기자들과의 친분쌓기에만 충실했다. 그가 극도의 빈혈로 사망선고를 받은 코코엔터를 위해 자신의 피를 헌혈할 이유가 없는 배경이다.

김준호는 김우종 대표의 횡령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 '개그콘서트'에서 '믿고 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개그의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입은 손해가 뭣인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그는 후배 개그맨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굳건한 충성심을 확인하는 큰 소득을 올렸다.

코코엔터의 대표이사 대행 등이 회사폐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김준호가 사비를 털어 일부 연기자의 미지급 출연료를 '완납'해줬다는 내용이 덧붙여져 김준호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없을 수 없다.

그는 미지급 출연료 전액을 '완납'한 게 아니라 '일부' 연기자의 출연료를 '완납'한 것이다. 게다가 코코엔터 측은 그 액수가 얼마인지 밝히지 않았다. 만약 대중이 깜짝 놀랄 큰 액수였다면 자랑스럽게 공개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보도에 따르면 그는 코코엔터를 이탈했거나 이탈하려는 40여명의 개그맨들을 제이디브로스로 전부 흡수하려 한다. 그렇다면 그 '선행'은 '밑밥'이라는 의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과연 김준호는 개그계의 '의리맨'일까, 아니면 KBS2 '1박2일'을 통해 얻은 별명 '얍쓰'일까?

[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DB]

김준호| 제이디| 코코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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