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모건이 말한다, 독특한 타격 준비자세 비밀 [인터뷰③]

2015. 1.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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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일본 고치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은 매력 덩어리다. 제2의 자아라는 '토니 플러시'와 여기에서 파생된 'T-세리머니'에 이어 이번에는 독특한 타격 준비자세에 어떤 비밀이 담겨 있는지 알아봤다.

모건에게 악동 이미지는 전혀 없다. 25일 저녁 선수단에 처음 합류해 26~27일 오전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때도 매우 활기찼다. 동료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쉐인 유먼, 미치 탈보트는 물론 기존 국내 선수들과도 가까워진 모습이다. 벌써 정근우는 모건에게 "T(토니 플러시의 약자)"라 부른다. 둘은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았다. 벌써 '한화맨'이 다 됐다.

모건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국내 무대에서 뛰는 외국인 타자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서는 2007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 후 빅리그 통산 598경기에 출전, 타율 2할 8푼 2리 12홈런 136타점 120도루를 기록했다. 2009년 내셔널리그(NL) 타율 10위(0.307)에 같은 해 도루 2위(42개), 2010년 도루 3위(34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의 소유자다. 지난해에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15경기 타율 3할 4푼 1리(41타수 14안타) 1홈런 6타점 3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2013년에는 일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108경기에 출전, 타율 2할 9푼 4리 11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적응 실패로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으나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주로 3번 타자 중견수로 나섰다. 당시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지만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물론 선수단과 볼 보이에게도 90도로 인사하는 예절을 일본 시절 배웠다. 일본 무대를 경험하면서 빅리그 시절 악동 이미지도 벗어던졌다.

독특한 타격 준비자세는 팬들과의 호흡

모건은 팬들과의 호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다. 좋은 예가 '토니 플러시(이하 T-플러시)'라는 예명과 'T-세리머니'다. 이에 대한 질문에 모건은 "나는 운동선수이면서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야구장이라는 무대에서 엔터테이너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팬들은 돈을 내고 야구장을 찾는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도 일종의 '쇼'다. 집에 돌아갈 때도 기억에 남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모건의 타격 준비자세도 일종의 팬 서비스다. 준비자세는 이렇다. 타석을 벗어나 자신의 머리 주위로 배트를 한 번 돌린다. 일명 '파리 쫓는 스윙'이다. 곧이어 팬들의 박수 소리와 자신의 응원가에 맞춰 그라운드를 수차례 두드린다. 직접 보면 리듬감이 느껴진다. 팬들도 저절로 몸을 흔들게 된다. 단순히 '루틴'인줄만 알았는데, 팬들과의 호흡이란다. 26일 한화 숙소에서 만난 모건은 유쾌하게 웃으며 자신의 타격 준비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팬들과 호흡한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서는 그런 준비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팬들의 응원가 리듬에 맞춰 그라운드를 두드리는 것이다. 이제 한화에서 내 응원가에 맞춰 리듬을 찾아야 한다(웃음)."

그리고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만약 일본 시절 응원가를 한국에서도 쓸 수 있다면 대환영이다. 당시 응원가는 내 승부욕을 자극하고, 힘을 솟게 했다. 타석에서 뭔가 해내고 싶게 만들었다"고.

모건의 일본 시절 응원가는 단순했다. 'Go! Go! Go! 모건'을 3번 반복하는데, 모건은 Go! Go! Go! 박자에 맞춰 배트로 그라운드를 3번 두드렸다. 일본 포털사이트에서 일본어로 '모건 응원가'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 다른 응원가를 쓰게 된다고 해도, 모건은 빠르게 적응할 듯하다. "한국 팬들께서 나를 좋아해줄 거라 믿는다. 사랑받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으니까.

스피드업 규정에 어떻게 대처할까

그런데 한 가지 문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올 시즌 스피드 업 강화 규정 가운데 타자 등장 시 BGM과 이닝 중 투수 교체시간(2분 45초→2분 30초) 단축, 타석에 들어선 뒤에는 최소 한 발을 타석 안에 둬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요코하마 시절 장내 아나운서가 모건을 호명하고, 모건이 타석으로 걸어 나와 타격 자세를 잡는 데까지 29초 정도 걸렸다. 준비 동작을 최소화해야 한다.

의외였다. 모건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웃으며 "규정이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에 맞춰 준비자세를 만들면 된다. 팬들과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 시절보다 빠른 속도로 그라운드를 두드리면 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프로다웠다. 한화 팬들이 모건의 독특한 타격 준비자세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27일 오전 훈련에 참가한 모건은 바쁘게 움직였다. 번트 훈련 때는 어떻게든 배트에 공을 맞히려 노력했고, 주루 훈련에도 진지하게 임했다. 전날 내린 폭우로 그라운드 상태가 완전치 않았지만 모건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주황색 유니폼은 흙투성이가 됐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건 물론이다. 김 감독은 "모건이 활발한 성격이다. 우리 팀 무드(분위기) 메이커가 될 것 같다"며 "외국인 선수 셋 중 인사를 가장 잘하더라"고 말했다.

모건을 비롯한 외국인 선수 셋은 26일과 27일 김 감독에게 오전훈련 후 휴식을 명 받았다. "무리할 필요 없다. 본인들 페이스에 맞게 끌어올리면 된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 모건은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내가 감독님과 팀을 위해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며 "개인 기록보다는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가 될 것이다. 좋은 동료가 되는 것과 팀의 우승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화 이글스 나이저 모건이 27일 오전 훈련에서 타격자세를 취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모건이 인터뷰 직후 T-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2번째 사진), 모건이 주루 훈련에 임하고 있다. 흙이 잔뜩 묻은 유니폼이 눈에 띈다. 사진 = 일본 고치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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