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어묵의 침투.. 유명무실 中企 적합업종

고은경 2015. 1. 2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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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화" 내세운 제품들 대형마트서 매출 34% 껑충

대기업 "소비자 위한 것" 주장에 中企 "현실은 갑을관계일 뿐" 반박

대형마트의 냉장식품 코너. 대기업들이 내놓은 고가 어묵과 자체브랜드(PB) 어묵이 손님들의 눈높이에 진열되어 있다. 최근 한 달간 대기업브랜드 고급 어묵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7%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어묵 소매시장은 지난해 약 2,500억원대를 형성한 가운데 대기업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4.1%에서 지난해 78.3%로 증가했다.

어묵은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품목으로 지난해 권고기간이 만료돼 현재 재지정을 놓고 논의 중이다.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해당 제품을 제조하는 대기업의 신규 참여나 사업 확장 등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어묵 장류 두부의 경우 여전히 대형마트와 대기업들이 새 제품을 계속 출시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대형마트는 자체브랜드(PB)상품으로, 대기업들은 상품을 가공하거나 고급화하며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는 것.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영역 침범이라는 주장이지만 대기업들은 시장확대와 소비자 선택권의 다양화라며 맞서고 있다.

어묵의 경우 2011년 11월 중기적합업종 지정 당시 대기업은 사업확장을 자제하거나 주문자부착생산방식(OEM)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대형마트가 진출하고 대기업들이 고급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대기업과 대형마트들의 점유율은 오히려 더 늘었다.

두부는 대기업에 포장두부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대형 판두부 사업철수를 권고했지만 최근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는 중기적합업종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두부가 중기적합업종에 포함된 후 대기업이 국내산 콩 구매량을 줄이면서 콩 가격이 떨어져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적합업종 제도 시행 이후에도 두부에 돼지고기, 치즈, 채소 등을 가미하거나 두부스테이크, 두부볼 등의 가공두부 제품을 출시하며 점유율을 높여왔다. 가공두부는 중기적합업종에서 제외되는 제도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고추장과 간장과 같은 장류도 지난해 11월 중기적합업종으로 재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정부 조달시장 진입자제, 저가제품 시장 철수, 과다 판촉행위 자제 등이 권고사항으로 채택됐지만 대기업은 고가상품을 내놓고, 대형마트들은 PB상품들을 전면 배치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중소 제조기업과 협력해 PB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중기 판로개척에 도움이 돼 동반위 권고에도 부합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관계자도 "기존 어묵이나 두부의 경우 음식 안전성과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가 고급화하면서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었는데 대기업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관련 시장을 키우고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중소기업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남윤기 한국장류협동조합 전무는 "대형마트의 PB나 OEM제품이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는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고, 양측의 관계가 갑을이 아닌 평등했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업체들이 싼 가격에 납품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mailto: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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