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새 담화, 기존 단어에 집착하면 자질구레한 논의 돼버려"

한창만 2015. 1. 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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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사설에서 "충격적 발언"

마이니치도 "핵심 문구 삭제 안 된다"

나치의 만행을 항구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메르켈 독일총리와는 달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침략 전쟁을 일으킨 과거사 숨기기에 급급한 인상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NHK 프로그램에서 패전 70주년을 맞아 발표 예정인 새 담화에서 역대 내각이 계승해온 '식민 지배', '침략' 등 핵심 표현을 담을 지에 대해 "지금까지 문구를 쓸지 여부보다는 아베 정권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관점에서 (담화를) 내겠다"며 "기존 단어에 집착하면 자질구레한 논의가 돼버린다"고 말했다. 이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이런 역사 인식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7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자질구레한 논의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충격적인 발언"이라며 "식민 지배나 침략이라는 과거 일본의 행위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무라야마담화는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이자 21세기 아시아 외교를 뒷받침해온 자산"이라고 평가한 뒤, "무라야마 담화에서 핵심 문구를 삭제한다면 한일, 한중 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미국조차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東京)신문도 사설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해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가 포함되지 않으면 담화를 계승했다고 볼 수 없다"며 "미래지향도 식민지배나 침략이라는 부의 역사와 마주하는 겸허함이 없다면 신뢰는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IS에 의한 일본인 인질 사건을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둘러싼 안보법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안전보장 관련 법안중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그레이존 사태'와 관련, 미군부대로 한정한 자위대의 타국 방어 대상을 다른 나라의 함정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법개정을 추진중이다. 아베 총리는 "해외에서 일본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현재의 자위대로는 (구출) 능력을 충분히 살릴 수 없다"며 일본인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해서라도 안보 법제관련 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인질 사건을 빌미로 일본내 민족주의가 고양될 경우 공명당을 비롯한 연립여당내에서도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안보 법제 관련 법안을 견제할 기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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