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김준호 "또 다른 피해자 만들 수 없었다"

안진용기자 2015. 1.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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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김대희 김준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맨 40여 명이 몸담고 있는 코코엔터테인먼트(코코엔터)가 좌초됐다. 지난해 11월말 대표이사 직을 맡은 김모 전 대표가 공금을 횡령한 후 잠적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중과 언론의 시선은 코코엔터에서 콘텐츠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개그맨 김준호로 향했다.

일련의 상황에 몹시 지쳐보이는 그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코코엔터는 등기이사 2명이 이미 폐업하기로 동의를 해 절차를 밟고 있다. 폐업이나 파산은 등기이사가 결정할 수 있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대표가 잠적했기 때문에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등기이사 2명이 이미 합의서까지 작성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김준호는 등기이사가 아니다. 그에게는 폐업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하지만 그는 여론의 과녁 한복판에 서 있다. 등기부등본 상 이름조차 올리지 않은 그가 왜 코코엔터에 남아 사태 수습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것일까.

△폐업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동안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김 전 대표의 횡령과 부실 경영으로 인해 쌓인 부채가 약 50억 원에 이른다. 이를 갚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처음에는 당연히 회생을 위해 모두가 노력했다. 하지만 실사 결과 우리가 알지 못하던 우발 부채까지 쏟아져나오면서 감당하기 힘든 규모라는 것을 알게 됐다. 12월 말경 대주주 외에 소재 파악이 가능한 대부분 소액 주주와도 만났다. 2주간 실사 내용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기다렸지만 현실적인 회생 방안을 찾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 투자를 하겠다는 보도도 있었다.

=맞다. 5억~10억 원 정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분들도 있었다. 그 분들은 코코엔터의 정확한 부채 규모를 모르고 있다. 그 돈이 들어오면 김 전 대표가 남긴 약 50억 원의 부채 때문에 입금 즉시 부채 탕감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무작정 투자를 받아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는 없지 않나.

△김준호 대표는 등기이사가 아니다. 그런데 왜 코코엔터를 폐업시킨 주체로 비쳐지고 있나.

=폐업 결정 권한은 두 등기이사에게 있다. 두 사람이 이미 폐업을 결정했고 이 같은 사실을 문서로도 작성해 보관하고 있다. 나는 이를 결정할 권한은 없지만 그 동안 콘텐츠 사업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코코엔터에 대한 책임을 느껴 일을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폐업하는데 동의했다는 등기이사인 강 모씨와 통화했다. 그는 "코코엔터의 회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채권 채무 관계가 복잡해져서 폐업을 결정했고, 이와 관련된 사실 합의서를 썼다"고 밝혔다.

또 다른 등기이사인 유 모씨 역시 인터뷰 요청에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좋지 않으니 다음에 이야기하자"면서도 폐업 결정에 대해서는 "이미 작성한 문서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고 인정했다.

문화일보는 등기이사 유 씨와 강모 씨의 사인이 담긴 폐업 합의 문서도 확인했다.

△일부 주주들은 소속 개그맨들의 계약 해지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계약서를 통해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당초 8월 대부분 연기자들의 계약이 종료됐지만 재계약을 하자고 설득했다. 그 때만 해도 회사 상황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10월까지 출연료를 정산하지 않았고 재계약금도 제 때 주지 않았다. 계약서상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 나를 믿고 코코엔터와 재계약을 하겠다고 해준 후배들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문화일보가 확인한 코코엔터의 계약서 조항 중 20조 '해지 및 손해배상'의 1항 1조에 따르면 '회사가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위반하고 서면으로 시정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해당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은 경우 해지 사유가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절차에 따라 12월 초 내용증명을 보낸 40여 명의 개그맨들은 어떠한 조치도 받지 못해 12월 11일자로 계약해지됐다.

물론 40여 명의 개그맨들은 출연료를 정산받지 못했고, 결국 김준호는 자비를 들여 출연료의 일부를 지급했다.

이에 대해 코코엔터의 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KCL의 담당 변호사는 "계약 해지는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그들은 코코엔터와 법적으로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대희를 비롯해 개그맨들이 '제이디브로스'라는 법인을 새로 설립했다. 이것이 배임 사유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그 회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등기부등본에도 올라 있지 않다. 그런데 나로 인해 동료들이 또 다시 타깃이 되고 있어 괴롭다. 그들은 적합한 절차에 의해 계약이 해지됐고 새로운 길을 택했을 뿐이다. (김)대희 형과 함께 가는 이들도 있고 또 다른 소속사를 택한 이들도 있다. 각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을 했는데 나와 연관돼 이름이 오르내리며 뜻하지 않은 화살을 맞고 있는 것 같아 동료 입장에서 미안하다. 나는 코코엔터에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 곳에 있을 것이다.

△김준호는 코코엔터 파업 사태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다. 그런데 왜 떠나지 않나.

=후배 개그맨들이 나를 믿고 코코엔터로 왔다가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출연료를 정산받지 못해 큰 손해를 입었다. 또 다른 누군가도 나를 보고 코코엔터를 믿었지 않았겠나. 때문에 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다.

△향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선은 잠적한 김 전 대표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도 응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향후에도 그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주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김 전 대표를 꼭 찾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이런 일로 코코엔터에 몸담았던 주주와 직원, 동료 연기자와 코코엔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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