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아시안컵: 이라크전을 이해하는 결정적 다섯 장면

윤진만 입력 2015. 1. 27. 08:27 수정 2015. 1. 27. 08: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포투] 100년 뒤, 2015AFC아시안컵 조별리그~준결승전 기록을 살펴볼 후예들은 이 대회를 어떻게 기억할까. 무실점 5연승으로 결승에 진출했으니 어쩌면 "역사적이다!"라고 평가해줄지 모른다. '견고한 수비와 막강 화력을 앞세워 결승까지 진출한 슈틸리케호'라고 말이다.

반면 동시대 축구 팬들의 평가는 약간 낮을지 모른다. <포포투>가 매 경기 후 게재한 <결정적 장면> 기사를 비롯해 무수한 분석 기사를 실시간으로 접한 독자라면 "산전수전 다 겪어 결승에 닿은 슈틸리케호"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

이 기사가 먼 훗날까지 무사히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라크와의 준결승전 결정적 장면을 준비했다. 이 경기도 결과만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1. 위아래위위아래. 슈틸리케 감독이 골을 즐기는 법

이라크전에서 이정협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준 작은 움직임에서 그의 감정 상태가 읽혔다. 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에서처럼 흥분에 찬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그는 아령을 들어 올리듯 오른팔을 위아래로 여러 번 움직였다. 그 제스처에는 "그래. 한 시름 덜었다" 내지는 "좋은 징조다", 또는 "(이)정협이가 해냈구나" 등일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정협은 마치 슈틸리케 감독이 유럽에서부터 데려온 수제자라도 된 것처럼 위세를 떨치는 중이다. 이런 친구를 두고 우리는 "물건"이라고 표현하지 아마도?

#2. 쟤가 그랬어요. 쟤요 쟤, 저기 10번. 아저씨!

전반 44분 한국 진영 오른 측면에서 박주호와 이라크 10번 스트라이커 유니스 마흐무드는 볼을 다퉜다. 서로 어깨가 충돌하는 사이 볼은 사이드라인을 넘어갔다. 유니스는 등을 진 채로 볼을 사수한 박주호가 순간적으로 얄미웠나 보다. 오른발로 박주호의 오른발 뒤꿈치, 왼발로 왼발 뒤꿈치를 차례로 걷어찼다. 이 때문에 박주호는 중심을 잃고 광고판에 쾅! 이것이 둘의 신경전, 그리고 박주호가 주심에게 항의한 상황의 발단이다. 그런데 만약 박주호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그러고 보니 박주호도 '호복서'다!) 화를 참지 못했다면? 이미 경고를 받은 박주호로서는 퇴장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니스, 혹시 거기까지 내다본 거야?

#3. 프로는 'My, My'라고 소리치지 않아. 그냥 휘두르지

기분 좋게 전반을 한 골 차로 앞선 채 끝냈던 한국은 후반 5분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추가골은 상대 진영 우측 대각선 지점에서 남태희가 아크 부근으로 높게 띄운 볼에서 비롯됐다. 이정협이 가슴으로 떨궈준 볼을 김영권이 왼발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볼은 상대 수비수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굴러 들어갔다. 한 템포 쉬었다면 차단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영권은 소리치지도 않고, 당황하지도 않은 채 본능에 따라 왼발을 휘둘렀다. 수비수임에도 킥 감각이 좋은 선수이기에 가능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좋았어, 영권! 이제 수비를 연습하자!

#4.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앞선 3경기에서 '철벽' 선방으로 8강 진출을 도운 김진현이 이날 하마터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뻔했다. 후반 2분 상대의 롱볼을 처리한답시고 페널티박스 외곽까지 달려 나왔지만,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해 허겁지겁 골문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차두리가 태클로 공을 걷어냈기에 망정이지, 그곳에 차두리가 없었다면 크나큰 악재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다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실수로 골을 헌납한 골키퍼는 청춘이든 노년이든 그냥 아프기만 하다. 하루빨리 그 장면을 잊길 바란다.

#5. 주심이 휘슬을 불어야 끝

스코어 2-0, 후반 추가시간 5분. 한국은 유리했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8강전에서 이라크는 이란과 막판 불꽃쇼를 연출했던 경험자다. 축구 경기에서 5분간 2실점 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우려한 일이 생길 뻔했다. 후반 추가시간 1분 유니스의 예리한 스루패스 한 방이 한국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공을 건네받은 아메드 칼라프는 골 에어리어 우측 대각선 부근까지 치고 달린 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천만다행히 그의 슛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 한국은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실점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결승전에선 정규시간 기준 90분이 아니라 100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우승해야 하니까.

글=윤진만, 사진=KBS 중계영상

[포포투 에디터 추천]

- 이라크전 대한민국 선수 평점- [from시드니] 딜레마로 보는 대표팀 순항 비결- 우즈벡전 분석: 풀백으로 풀백을 뚫다- 우즈벡전을 이해하는 결정적 다섯 장면- 호주전을 이해하는 결정적 다섯 장면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포포투 한국판 페이스북 페이지☆☆

[Copyrights ⓒ 포포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