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당판매' 본사에 알렸다고..영업사원 보복 해고

오현태 입력 2015. 1. 27. 06:05 수정 2015. 2. 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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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車의 '갑질'.. 갈 길 먼 내부고발자 보호

'정도판매'를 표방한 기아자동차가 부당판매 사실을 본사에 신고한 대리점 직원이 해고될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이 기아차는 이 직원이 내부고발 사실을 대리점 영업소장에게 알려 해고됐다고 주장하자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압박했다. 갑의 횡포를 제어하고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부산지검 등에 따르면 기아차는 2013년 10월부터 수개월간 서울 양재동 기아차 본사 앞에서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시위를 하고 인터넷 글을 올린 부산 지역의 대리점 영업사원이었던 박미희(55·여)씨를 지난해 1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5월 '피의자 입장에서는 내부고발이 해고 원인이라고 믿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또 기아차의 손해배상 청구 건에 대해 법원은 지난해 12월 화해를 권고했다.

해고된 박씨가 시위에까지 나선 것은 내부 고발자에 대한 부당한 처리 때문이었다. 박씨는 2013년 4월 말 기아차 본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일하는 영업소가 영업사원이 아닌 사람이 차를 팔아와도 소장이 수당을 챙겨주며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신고했다. 기아차는 '정도 판매'를 표방하며 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하지 말 것을 영업소와의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본사 직원은 박씨에게 실명을 물으며 "해당 내용을 사이버 신고센터에 직접 올리라"고 말했다. 박씨는 사원번호를 입력하고 신고해야 하는 시스템이 자신의 신고 사실을 보호해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온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영업소장은 한 달 뒤인 같은 해 5월 말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박씨를 해고했다. 그러나 박씨는 "본사 직원이 영업소장과 통화한 다음 날 해고됐다"며 "본사에서 내 신원을 보호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영업소장이 나를 자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 동료의 증언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동료 A씨는 "소장이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박미희씨가 이런 내용(부당판매 실태)을 본사에 보고해서 내가 곤란해졌다. 박씨를 잘라야겠다. 박씨한테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말해달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동료 B씨는 "본사 직원(박씨가 부당판매 실태를 신고한 사람)이 대리점을 찾아가 '박씨를 해고하라는 말이 아니었고 대리점 판매 실적이 100%를 넘었으니 축하차원에서 전화하다가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항변했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박씨가 제보했다고 (영업소장에게) 알려준 게 아니고 해고는 소장 권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의 김용환 대표는 "기업들이 내부고발자가 문제 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민간 부분의 공익제보자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개정해 최소한 상장 기업의 공익제보자는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이지수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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