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이정협 "슈틸리케 감독님은 내 평생의 은인"

김태규 입력 2015. 1. 26. 22:17 수정 2015. 1. 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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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뉴시스】김태규 기자 = '슈틸리케호의 신델렐라' 이정협(24·상주)이 자신에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해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에 대해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호주 시드니의 호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라크를 2-0으로 꺾고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이정협은 전반 20분 김진수(23·호펜하임)가 올린 왼발 프리킥을 멋진 헤딩 슈팅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5분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추가골까지 더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정협은 페널티박스 정면 밖에서 정확한 가슴 트래핑으로 김영권의 골을 도왔다.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정협은 "27년만에 결승에 올라가서 기분이 상당히 좋다. 골을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안했다"면서 "운이 좋게도 진수가 좋은 크로스를 해줘서 골도 넣고, 운 좋게 어시스트도 해 기분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전과의 8강 때 팀에 도움이 많이 못 돼서 미안했다. 오늘은 최전방에서 열심히 싸워주고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경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정협은 "어머니가 경기 때마다 항상 저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는데, 그 기도가 내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골을 넣은 뒤 거수 경례 세러모니를 하는 장면은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골을 넣고 하프라인에 와서 본부석을 바라보고 경례했다. 경례는 무조건 해야 한다. 본부석에 부대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경례를 했다"고 웃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사전 주문에 대해 이정협은 "감독님께서는 항상 그렇듯 '하던대로만 해라, 위에서 많이 싸워주고 공중볼에서 지더라도 같이 떠서 싸워주라'고만 했다"고 답했다.

이정협은 매 경기에서 정확한 위치 선정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골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것보다 내가 있는 곳에 항상 좋은 크로스가 올라오기 때문에 좋은 크로스를 마무리할 뿐이다. 스트라이커로서 골 넣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머쓱해 했다.

지난 17일 호주와의 A조 조별리그 3차전 때 A매치 데뷔골을 넣은 이정협은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 침묵한 뒤 한 경기 만에 골을 넣었다.

"우즈벡전 때 골을 못 넣은 것이 동기부여가 됐다"던 그는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좋았던 것만 생각하고 나쁜 것은 빨리 고치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을 떨쳐내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무명에 가까운 그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낸 것은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정협은 내가 찾던 타깃형 스트라이커"라는 말로 그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은 나한테는 평생의 은인이다. 어렵게 큰 모험을 하면서 나를 뽑아주셨다. 나 역시 감독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님 뿐만 아니라 윤성효 감독님과 박항서 감독님도 은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도자 선생님들 복이 있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정협은 지난 2013년 부산아이파크에 입단한 뒤 1년 만에 군입대를 결정, 상주상무에 입단했다. 22살에 상무를 택하기에는 많이 어린 나이였다.

이에 대해 그는 "2013년 10월에 양동현 형이 경찰청에서 제대를 했다. 윤성효 감독이 '내년에는 동현이 때문에 너에게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다. 상무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군입대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일주일 동안 계속 고민을 하다가 결국 감독님께 간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은 일찍 다녀와서 열심히 하라고 조언해줬다. 이른 선택을 하게 해 준 윤성효 감독님께 고맙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경기가 끝날 때마다 비디오를 돌려본다. 코치님들께서 상황별로 조언을 해준다. 조언대로 많이 생각했다. 이렇게 하다보니 매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특별히 나아진 부분이 무엇이냐는 추가 질문에 그는 "그동안 내가 고립되면 볼키핑이나 연계플레이가 안 좋았다. 선생님들께서도 항상 그 부분을 강조했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조금씩 연계플레이도 괜찮아 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마지막으로 결승에 오른 것은 1988년이다. 당시 대학생이던 황선홍(47) 현 포항스틸러스 감독은 18번을 달고 맹활약을 펼쳤다. 지금의 이정협 등번호가 18번이다.

이정협은 "번호 같은 것은 아무 욕심이 없었다. 대표팀 관계자가 18번을 달라고 하길래 그냥 받았다"면서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는 내게 과분하다. 앞으로 대를 잇게끔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의 우승 경험에 대한 질문에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에서 우승 한 번 했었다"면서 "결승에 오르게 되면 모든 생각을 다버리고 항상 우승하겠다는 마음만 생기니 잠깐 타박을 당했어도 다 잊게 된다. 우승에만 전념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이다. 27일 뉴캐슬에서 열리는 호주와 아랍에미리트(UAE) 승자가 한국의 결승 상대가 된다. 호주가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호주 수비수들은 상당히 신체가 좋고 힘도 좋았다. 나 역시도 거기에 안 밀리려고 남은 며칠 동안 잘 준비하겠다. 조별리그 때와는 크게 다를 게 없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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