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대한 정부의 후진적 인식부터 극복해야"

김여란 기자 2015. 1. 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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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국가 경쟁력 강화 기여'같은 선정 기준이 포함된 정부 우수도서 사업에 문학·출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출판인회의는 논평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 운영방침에는 현 정부의 문학에 대한 몰이해와 구시대적 발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며 "정부가 제시한 방침이 헌법에 보장된 사상·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정 이념'과 '국가경쟁력'같은 문학 도서 선정 기준이 최근 신은미씨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우수도서 선정 취소 등 일련의 사건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학작품을 정권의 방침에 맞게 규제하고 제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국가 기관의 사상 통제와 검열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선정기준에서 지난날 폭력적인 억압으로 우리의 입과 귀와 생각을 규제한 군부독재시대를 떠올리는 것을 누가 문학의 지나친 상상력이라 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또 "모든 작가는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이념과 세계관'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며 "문화부의 이와 같은 운영방침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미리 제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저변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순수문학'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강압적 반공이데올로기가 기형적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정부가 문학과 출판을 마음대로 통제하던 시절에 문학을 '순수'와 '참여'로 나누어 재단하고 규제하던 낡은 논리"라고 지적했다. 작가회의 등은 "문학은 '순수'와 '참여'로 나눌 수 없으며 좋은 작품이란 그 자체로 '순수'하다. 문학작품이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에 개입하며 '참여'한다는 것은 이제 건전한 의식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상식"이라며 "화석화된 '순수문학'이라는 용어가 좋은 작품의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요즘과 같은 민주화, 정보화의 시대에는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또 "세종도서 사업은 권력의 입맛에 맞는 방식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보편적인 상식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며 "'우수문학'의 기준을 정부가 미리 설정하고 그것을 통해 문학, 출판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밝혔다.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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