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배신했다고 '참수' 걸개 응원이라니

양승남 기자 2015. 1. 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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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을 등졌다고 그 선수를 참수한 모습의 걸개를 내걸고 응원한 팬들을 어떻게 봐야할까.

벨기에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스티븐 데푸르(27·안더레흐트)가 친정팀 관중을 향해 공을 차서 퇴장을 당했다. 데푸르는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한국전에서 김신욱에게 거친 파울을 해 퇴장을 당했던 그 선수다. 데푸르가 관중석으로 공을 차며 분노한 것은 자신을 참수한 모습의 대형 걸개와 일방적인 야유 때문이다. 이성을 잃고 관중석으로 볼을 찬 선수의 행동도 문제지만 팬들의 과도한 응원 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데푸르는 지난 25일 벨기에 리에주에서 열린 스탕다르리에주와의 리그 23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8분 관중석으로 공을 차버렸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그에 대한 일방적인 야유가 계속되자 분노가 폭발했다.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데푸르는 앞서 받은 경고에 이어 또 다시 경고를 받아 결국 퇴장당했다. 0-0이던 경기는 데푸르가 빠지면서 흐름이 바뀌었고 스탕다르리에주가 2-0으로 이겼다.

스탕다르리에주 팬들은 원하는 승리를 거뒀지만 응원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데푸르에 대한 애정이 배신으로 바뀐 게 사건의 발단이다. 데푸르는 스탕다르리에주에서 5시즌을 뛰며 성장한 선수다. 2011년에는 주장으로 팀이 벨기에컵에서 우승하는데 큰 공을 세운 간판이었다. 데푸르는 우승 이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세 시즌간 활약하다가 해외 생활을 접고 지난 여름 벨기에로 돌아왔다. 그런데 친정팀이 아닌 라이벌 안더레흐트의 유니폼을 입은 게 문제였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도 과거 안양 LG(FC서울 전신)에서 뛰던 서정원 수원 감독이 프랑스 무대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돌아왔는데 라이벌 수원으로 돌아와 팬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서정원 감독의 유니폼이 화형되는 등 안양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스탕다르리에주 팬들도 데푸르를 '배신자'라고 규정했다. 이날 홈 서포터스 쪽에는 관중석 2층석까지 덮는 대형 걸개가 걸렸다. 데푸르가 칼에 참수된 모습으로 'RED OR DEAD'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붉은색을 상징하는 스탕다르리에주로 오지 않았으니 죽음을 당한 것이라는 의미다.

섬뜩한 걸개와 옛 친정팬의 따가운 야유에 이성을 잃은 데푸르는 결국 스스로 경기장을 떠나는 길을 택했다.

티볼트 데 겐트 벨기에 축구협회 회장은 "아이들 앞에서 매우 거북한 응원이었다"면서 "다시는 이런 것을 보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벨기에 축구협회 밥 마도우 홍보실장은 트위터에 "이 배너는 아주 나쁜 취향으로, 양쪽 팬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면서 "이런 응원을 규제할 방법이 없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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