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못 사요" 한정판의 충동구매 유혹

전혼잎 2015. 1. 2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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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ㆍ명품 등 고가 제품 이어

스마트폰ㆍ식품ㆍ생활용품으로 확대

수량 넘어 구매 조건까지 붙여

포장만 바꿔 가격 인상하고

재고 소진 때까지 무한 판매 등

'이름만 한정판' 꼼수 주의해야

일부 수량만 찍어내는 한정판의 유혹이 소비자들을 홀리고 있다. 한정판 마케팅은 제품을 정해진 수량만 제작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과거 자동차나 명품에 적용됐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과 식품까지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와 한정판 범람을 이루고 있다.

포르쉐가 선보인 한정판 '911 GTS 클럽 쿠페'.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요즘 등장한 한정판 마케팅의 특징은 수량 제한 외에 까다로운 구매 조건이 더해진 점이 특징이다. 즉,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아무나 살 수 없다는 차별성이 오히려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더 충동질 하는 셈이다.

포르쉐에서 이날 미국 포르쉐 클럽(PCA)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60대 한정으로 선보인 '911 GTS 클럽 쿠페'가 대표적 경우다. 포르쉐는 구입자격을 포르쉐 차량을 소유해야 가입이 가능한 PCA 회원으로 한정했다. 60대 중 1대는 추첨을 통해 PCA 회원에게 무료로 지급하고 나머지 59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도 지난달 '모디 소니엔젤 컬렉션'을 출시하며 아모레퍼시픽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뷰티포인트에 가입한 소비자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 마케팅이 수량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 구매자격까지 한정하는 방식으로 변모했다"며 "까다로운 조건이 거꾸로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 한정판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 크게 의존한다. 소비자들이 SNS에 한정판 사진을 올리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며 널리 퍼지는 것.

롯데리아에서 한정판매 중인 라면버거

롯데리아의 '라면버거'가 SNS 효과를 톡톡히 봤다. 롯데리아는 6일부터 50만개 한정으로 판매를 시작한 '라면버거'는 출시 4일만에 20만개가 넘게 팔려나갔다. 롯데리아 인기 메뉴인 '불고기버거'가 한 달 평균 약 15만개가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판매량이다. 페이스북에 라면버거의 시식 후기를 올린 직장인 최 모(29)씨는 "한정판 음식을 먹는 것 자체도 재미있지만 SNS에서 지인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도 또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애경 '2080홀리데이 크리스마스 치약'

심지어 치약도 한정판이 등장했다. 애경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보인 초코쿠키 맛의 '2080홀리데이 크리스마스 치약'은 4만개가 모두 팔렸다.

전자제품 업계에서도 한정판 마케팅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블랙베리의 여권크기 스마트폰 '패스포트'골드 한정판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50대씩 출시되자마자 전부 소진됐다. 삼성전자도 올해 출시예정인'갤럭시S6'를 일반판과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한정판 마케팅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제품의 포장만 바꾼 후 한정판이라고 가격을 올리거나, 한정판의 판매 목표치를 정해놓고 달성 시까지 계속 판매하는 '무늬만 한정판'인 제품들이 횡행하는 것이다.

보해양조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내놓은 '잎새주 크리스마스 한정판' 300만 병이 모두 판매되자 100만병을 추가 생산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숨37'은 각각 지난해 한정판을 내놓았는데 수량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정판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재고떨이를 하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꼼수도 등장하는 만큼 진정으로 소장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본 후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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